2014년 35사단, 전주→임실 이전…외출 장병들, 경제 훈풍
"장병들 꾸준히 찾아 소비…동계 훈련기간엔 휴무인 곳도"

[※ 편집자 주 = '충경부대' 육군 제35 보병사단(35사단)이 전북 임실군에 둥지를 튼 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35사단은 사격 소음에 따른 축산업 피해, 지가 하락, 군사기지화 등의 우려로 기피 시설로 인식됐지만 이젠 '지역을 살리는 든든한 힘'이 됐습니다.

35사단 이전의 역사와 경제적 효과를 짚어보는 기사를 두 꼭지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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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사단 이전 10년](상) "장병들 없으면 장사 못하죠"…효자노릇
"35사단 장병들 덕을 크게 보죠. 군인들 없으면 읍내 경제가 안 돌아갈 거예요.

"
인구 2만6천명의 작은 시골인 전북 임실군은 10년 전만 해도 저녁 7시가 넘으면 사람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임실읍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진모(39)씨는 "군 장병들 덕분에 전주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을 때도 35사단 장병들이 찾아 준 덕분에 타격이 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35사단과 제6 탄약창의 장병은 총 2천여명가량으로, 임실군 인구의 10%에 육박하는데, 매주 평균 300명이 외출, 30여명이 휴가를 나올 때면 한적하던 읍내가 일순간 왁자지껄해진다.

전주 송천동에 있던 35사단이 2104년 임실로 이전하자 진씨도 전주의 미용실을 접고 몇해 전 이곳으로 옮겼다.

진씨는 "임실로 미용실을 옮기는 데 35사단의 영향이 컸다"며 "군인들은 2시간 이내에 복귀할 수 있는 장소에 머물러야 하는 탓에 외출 시 임실 읍내를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꾸준히 손님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병들의 커트 비용으로 학생들과 동일한 1만원만 받는다.

이발병이 사라지면서 부대 밖에서 머리를 잘라야 하는 군 장병들을 위한 작은 배려인데, 남자 일반 커트보다 3천원이나 저렴하다.

이처럼 10년째 주둔 중인 35사단 장병들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임실군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약 39%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이지만 평일 오후나 주말 장병들이 외출을 나올 때면 한적하던 읍내가 알록달록한 군복으로 물든다.

[35사단 이전 10년](상) "장병들 없으면 장사 못하죠"…효자노릇
읍내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오모(55)씨도 활기를 가져다주는 군 장병들이 반갑다.

게임은 물론 맛있는 분식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PC방은 외출 시 군 장병들의 단골 코스다.

오씨 역시 이를 잘 알기에 장병들이 한곳에 모여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오후만 되면 입구 쪽 16석을 마치 지정석처럼 '장병용'으로 따로 빼둔다.

오씨는 "장병들이 피시방에 오면 자연스럽게 따로 빼둔 자리로 가서 차례로 앉는다"며 "외출 나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장병들이 오지 않으면 '오늘은 외출 병사가 없나 보다' 하고 그제야 다른 손님들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장병들을 임실읍 내 상가들의 매출을 이끄는 '중요한 손님'이라고 표현했다.

오씨는 "주변 상인들끼리 '오늘은 군인들이 외출을 안 나와서 장사가 안 좋네'라는 말을 할 정도"라며 "동계 훈련 등 군인들이 외출을 나오지 못하는 기간엔 일찍 문을 닫거나 이에 맞춰 휴무하는 가게들도 있다"고 부연했다.

PC방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를 운영하는 업주도 "요새 군인들이 햄버거를 많이 먹으니까 2년 전에 햄버거집을 열었다"며 "젊은 장병들이 꾸준히 읍내에 와서 소비하니까 젊은 장병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35사단 이전 10년](상) "장병들 없으면 장사 못하죠"…효자노릇
35사단은 군 장병과 면회객은 물론 월 2∼3차례 신병 교육 수료식을 마친 훈련병들과 그 가족들 등의 방문으로 임실에 연간 600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소비 효과뿐 아니라 임실로 주거지를 옮긴 사단 간부 및 가족들의 전입으로 인한 주민세·기타 지방세 등 연간 15억원의 지방재정 납부 효과도 있다.

임실군 역시 35사단과 상생하기 위해 군부대부터 임실 읍내까지 무료 수송 버스를 지원하고 외출 장병들에게 매월 임실사랑상품권을 지원하는 등 아낌없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35사단 관계자는 "장병들끼리 자주 가는 피시방이나 맛집 음식점 등을 공유하면서 즐겁게 외출을 즐기고 있다"며 "35사단과 임실군이 상호 간 이해를 바탕으로 상생협력의 본보기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