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설계자가 만들었다…부산 찐부자들의 하이엔드 오피스텔
건물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세계 유명 예술가가 참여한 고급 전시 공간이 보인다. 고급화 설계 곳곳엔 어디선가 본 듯한 유명 예술작품도 쉽게 볼 수 있다. 실내엔 국제 규격을 갖춘 실내 테니스 코트에 에스테틱, 수영장, 사우나,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 새로 생긴 컨벤션이 아닌 주거 공간의 모습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차별화’를 요구하는 수요층을 위한 새로운 하이엔드 주거문화인 셈이다. 부산 해운대구에 들어서는 ‘오르펜트 해운대’는 고급화 수요에 맞춰 단지 안팎에 각종 차별화 설계를 적용해 오피스텔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오르펜트 해운대' 실내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제공
'오르펜트 해운대' 실내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제공

예술 더한 고급화 설계 특징

‘오르펜트 해운대’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일원에 지하 7층~지상 29층, 오피스텔 82실(전용면적 350~778㎡)과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일찍이 현존하는 미술가 중 가장 높은 몸값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프 쿤스’(Jeff Koons)와 세계적 건축가인 ‘장 미셸 빌모트’ 등과 협업해 화제가 됐다. 단지 조성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마련된 단지 내 전시 공간에서 그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제프 쿤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Rabbit’ 은 2019년 5월 9110만 달러(약 1207억원)에 팔렸다. 경매 사상 가장 비싼 생존 작가의 작품 반열에 올랐다. 앞서 그는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단지의 전시 공간과 예술적 가치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단지 외부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인 장 미셸 빌모트와의 협업을 진행한다. 직선과 창이 조화된 외관 디자인을 적용하게 된다.
'오르펜트 해운대' 인피니티풀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제공
'오르펜트 해운대' 인피니티풀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제공
최근 하이엔드 주거시설에 예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다양하다. 2019년 서울 강남구에서 분양한 ‘빌리브 더 파비오 더 까사’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파비오 노벰브레’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독특한 단지 외관 덕에 차별화를 요구하는 예비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 더 힐’ 역시 커뮤니티 센터와 단지 내 정원에 국내외 유명 작가의 예술 작품 3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위치한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공용공간 내에 영국의 현대미술가 이안 다벤포트와 이우환 작가 등의 작품을 배치해 호평받았다.

장 미셸 빌모트의 경우엔 앞서 조성된 서울 강남구 ‘브라이튼 N40’의 설계에도 참여했다. 건축물의 얼굴로 평가받는 파사드를 선과 면으로 구분하고 단지 외관에 흑백 대비를 주면서 차별화된 외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 규격 테니스 코트 등 차별화

하이엔드 주거시설을 표방하는 만큼, 각종 고급화 시설 설계도 적용된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로 국제 규격의 실내 테니스 코트가 조성될 예정이다. 단지 내에서 국제 규격에 맞춘 실내 테니스 코트를 설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오르펜트 해운대' 실내 테니스 코트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제공
'오르펜트 해운대' 실내 테니스 코트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제공
대표적인 커뮤니티 시설인 피트니스 센터와 필라테스·에스테틱, 사우나, 수영장, 다이닝 존, 골프연습장·스크린골프장, 스크린 테니스장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단지를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선 게스트하우스와 파티룸, 루프톱 바 등이 제공된다. 단순한 주거를 넘어서 입주민이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옥상 루프탑에는 인피니티풀도 들어선다.

각종 컨시어지 서비스 및 첨단 시스템도 도입된다. 생활공간 청소와 세탁·정돈 등 하우스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아트 큐레이팅과 생활편의, 차량 의전, 주차 대행 등 편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선상 파티 및 레저 등 차별화된 경험을 위한 요트 대여 서비스도 제공된다. 아울러 메이드 로봇 등 스마트 IoT(사물인터넷) 시스템을 통한 통합 리빙 플랫폼이 구축되고, 주거 공간 내부는 ‘신개념 산소 환기시스템’인 ‘스마트홈 쾌적 환경 공간관리 시스템’ 도 도입될 예정이다.

단지가 각종 컨시어지 혜택 제공에 나선 것은 최근 하이엔드 주거시설마다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에 들어서는 ‘아페르 파크’는 단지 내 AV룸과 미니 라운지 등을 조성하고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에 공급하는 ‘루시아 청담 514 더 테라스’ 역시 인피니티 풀 등 고급화 시설에 더해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가 제공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단지마다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초고가 주택의 경우 수요 자체가 적기 때문에 차별화 없인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초고가 수요↑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하이엔드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은 편이다. 자산가 사이에선 오히려 지금이 고가 주택을 매입하기 좋은 시기라는 반응도 강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에테르노 청담’은 분양 초기에 모든 물량을 판매할 수 있다. 송파구 ‘시그니엘 레지던스’ 역시 분양이 한동안 더디다가 223실 모두 완판에 성공했다.
'오르펜트 해운대'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제공
'오르펜트 해운대'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제공
기존 주택 거래 역시 신고가 경신 등으로 활발한 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매매된 아파트 중 100억원 이상 거래 건수는 총 5건으로 집계됐다. 8월 용산구 한남동 소재 ‘파르크 한남’ 전용 268㎡ 타입이 180억원에 거래되며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인근 ‘한남더힐’ 전용 240㎡ 타입은 1월과 8월 각각 110억원·103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성동구 성수동 소재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 타입 역시 8월 100억원에 손바뀜했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200㎡ 타입의 분양권 역시 1월 10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처럼 고급 주거시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주요 수요층인 자산가의 차별화 수요가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고소득 수요자 중심으로 차별화된 주거 환경을 원하는 수요가 커지면서 최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며 “분양 시장에서도 이에 맞춰 상대적으로 분양가에 덜 민감한 초고가 주거시설에 각종 고급화 설계를 더하고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