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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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등 미국의 정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들에 2024년이 '결산의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스트리밍서비스 부문에 투입한 막대한 자본의 청구서를 놓고 비용 절감 등 갖가지 방안으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최근 보도된 파라마운트의 매각 협상은 그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컴캐스트, 파라마운트 등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지난해 스트리밍서비스에서 수십억 달러 손실을 입은 이후 내년에 더욱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강자 넷플릭스를 이기기 위해 스트리밍 사업부문에 거금을 투자했지만, 돌아온 것은 총 5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이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내년에 기존 사업을 축소 또는 매각하거나 제작을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 압박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11월 고객 메모에서 "지난 4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넷플릭스가 촉발한 스트리밍 전쟁의 전투를 치르기 위해 술 취한 사람처럼 돈을 쏟아 부었다"며 "이제 숙취와 미납된 술값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할 타이밍"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스트리밍 부문의 손실 외에도 광고 시장의 약세, TV부문 수익 감소, 할리우드 파업에 따른 제작비 증가 등 여러 난관들에 봉착해 있다. 라이트셰드 파트너스의 리치 그린필드 애널리스트는 "파라마운트의 인수 논의는 업계의 완전한 패닉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TV 광고 매출은 한참 부족하고, 영화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미디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합병을 시도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밥 베이키시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자슬라브 CEO가 이달 중순 점심 회동을 통해 양사 합병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FT는 "이보다 앞서 몇주 전 파라마운트의 지배주주인 샤리 레드스톤이 영화 탑건 매버릭 등을 제작한 스카이댄스에 파라마운트를 팔기 위해 접촉한 뒤로 벌어진 일"이라며 "레드스톤이 파라마운트를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전했다.

2022년 고전했던 넷플릭스는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3분기에는 넷플릭스의 신규 구독자가 월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9백만 명에 달했다. 퓨질리스트 캐피털의 공동 설립자 존 마틴은 "넷플릭스는 이미 저만치 앞서 가버렸다"며 "남겨진 미디어 업계 경쟁사들은 실행 가능한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올해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가격 인상을 택했지만, 업계에서는 내년에 소규모 서비스가 통합되거나 스트리밍 전쟁에서 물러나면서 통합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고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