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향)그룹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에스파 /사진=각 소속사 제공
(시계방향)그룹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에스파 /사진=각 소속사 제공
2023년에도 K팝 시장은 음반 수출액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입대 부재로 인한 역성장 우려를 씻고 남녀 그룹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음반 판매 상위 400위 기준 올해 1~11월 누적 앨범 판매량은 1억1600만장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판매량(8000장)의 144%에 해당하는 수치로, 12월을 제외하고도 연간 판매량이 이미 역대 최대를 찍었다.

판매량 1위는 세븐틴으로 1년간 무려 1600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웠다. 이어 2위 스트레이 키즈(1086만장), 3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643만장), 4위 NCT 드림(503만장), 5위 뉴진스(439만장), 6위 엔하이픈(401만장), 7위는 제로베이스원(385만장), 8위 아이브(381만장), 9위 에스파(344만장), 10위 에이티즈(305만장) 순이었다.

K팝 글로벌 진출의 선두에 섰던 방탄소년단의 입대 공백기가 생겼음에도 여러 후발주자가 동시다발적으로 호성적을 내면서 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밀리언셀러(앨범 100만장 이상 판매) 아티스트는 총 26팀으로, 지난해보다 5팀이나 증가했다. 한 그룹에 치중되는 양상이 아닌 다양한 팀이 동반 성장하며 두꺼운 팬덤을 구축했다.

특히 남성 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음반 판매가 다소 부진하다고 여겨졌던 여성 그룹까지 강세를 보였다. 남자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00만장(75.6%) 급증했다. 여성 아티스트는 밀리언셀러 팀이 작년보다 1팀 감소했으나 판매량은 430만장(17.9%) 증가하며 선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앨범 판매량이 전년 대비 49%나 증가한 배경으로는 K팝 진출 시장의 변화가 꼽힌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음반 수출액은 2억7024만6000달러(약 3500억원)로 집계됐다.

수출국별로 보면 중국·동남아 등 아시아 일부 시장에서 수출액이 줄어든 반면 전 세계 4위 규모의 음악시장을 가진 독일이 올해 11월까지 관세청 데이터 기준 K팝 수출 대상국 5위로 부상했고, 세계 음악시장 10위권 안에 드는 영국·프랑스·캐나다 등도 기존 아시아 국가들을 제치고 K팝 수출 대상국 10위권 내로 진입했다.

김진우 써클차트 연구위원은 "글로벌 K팝 시장이 기존 아시아 중심에서 음악시장의 규모가 큰 북미와 유럽으로 확대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67.3%나 증가했다. 빠르게 시장 변화를 꾀한 엔터사들은 현지 레이블과 손잡고 서구권 공략을 위한 합작 그룹 제작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른바 'K팝'에서 'K'를 지우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인 멤버를 주축으로 아시아계 멤버를 추가하는 식이었던 기존 K팝 아이돌의 전형에서 벗어나 국적도 언어도 모두 다른 이들을 한데 모았다. JYP 비춰, 하이브 캣츠아이 등이다. 이들이 북미, 유럽 등에서 대중성을 확보해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게 될 것인지, 결국 K팝 고유 성질인 팬덤 위주의 성장에 기대게 될 것인지 성공 여부는 내년부터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시아 시장을 놓고 가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올해 대중 수출액은 51.1%나 감소했는데 이 여파로 일부 아이돌 그룹의 초동 수치가 직전 음반 대비 하락했던 바다. 아시아권 의존도 높았던 그룹에는 불안정한 중국 수출 상황 등이 리스크로 작용했다.

김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K팝의 성장 관점에서 볼 때 향후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을 고려해 미국·유럽 같은 큰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