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인수전 밀린 하이브 "美·日 레이블 추가 인수 가능"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미국에 K팝 고유의 프로덕션 시스템을 수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박 CEO는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브가 유니버셜뮤직그룹, 소니 등을 포함한 전 세계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글로벌 레이블 인수·합병(M&A)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이브는 앞서 2021년 미국의 종합 미디어 기업 이타카홀딩스를 10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타카홀딩스는 저스틴 비버를 포함한 세계적 팝스타를 키워낸 거물급 제작자 스쿠터 브라운이 설립한 회사다. 브라운은 하이브의 미국 현지법인인 하이브아메리카의 CEO로 활동하면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미국에서의 솔로 활동을 총괄했다.

올해 들어서도 하이브는 미 힙합 레이블 QC뮤직의 지주사 QC미디어홀딩스, 라틴 음악 업체 엑자일콘텐트 등을 차례로 사들이며 사세 확장에 힘써 왔다. 올해 초에는 한국의 대형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카카오에 밀려 실패했다.

박 CEO의 발언은 향후 추가 M&A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유니버셜뮤직, 워너뮤직, 소니 등과 같이 강력한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 일본 등에서 추가 (레이블) 인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K팝과 관련해 그는 “K팝은 더 이상 한국 가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 시스템에 기반해 제작된 하나의 장르에 가깝다”면서 “미국 내 팬덤 규모를 더욱 키우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내년 중 미국 시장에 맞춘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데뷔시킬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이 회사의 프로덕션 모델이 미국에서 얼마나 유효하게 작동할지에 대한 가늠자로 여겨진다는 평가다.

박 CEO는 “BTS와 같은 아웃라이어(보통의 범주를 벗어난 이상치)의 재탄생은 쉽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K팝에 대한) 미국 시장의 반응을 계속해서 테스트하고 있으며, 캣츠아이의 데뷔는 K팝의 방법론을 세계화하고 현지화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년 동안의 훈련을 거쳐 양질의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K팝의 성공 공식이 캣츠아이의 성공을 통해 지역이나 국적과 무관하게 통한다는 걸 입증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