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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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금융업계가 혼란을 겪은 가운데 1위 은행 JP모간체이스가 ‘나홀로 질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은 미 전체 은행업계의 5분의 1 수준에 육박했고 시가총액은 2·3위를 합친 것보다 커졌다. 지역은행 위기 속에서 불안감이 커진 고객들이 가장 안전한 은행으로 몰리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속 기회를 잡으면서 시장지배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JP모간 순익, 美 은행업계 전체의 18%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은행부문 데이터 제공업체 뱅크레그데이터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JP모간의 미국 내 지점들은 올 들어 9월까지 389억달러(약 50조15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JP모간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업계 전체 순이익의 18%에 달했다. 미국의 다른 주요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순이익의 합계보다 많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JP모간의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3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간 다음 2~6위 5대은행의 합산 순이익이 1% 증가할 전망인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크다. FT는 “이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JP모간이 업계 순이익에서 이렇게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시가총액도 다른 은행들을 앞도했다. JP모간 주가는 올 들어 26% 상승했다. 올해 은행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인 와중에 낸 성과다. JP모간 시가총액은 4852억달러(약 625조원)로 BoA(2659억달러)와 씨티그룹(977억달러) 시총의 합계인 3636억달러를 1200억달러 이상 웃돌았다.

제프리스의 은행 리서치 책임자 켄 우스딘은 “거대한 규모에도 은행업계에서 가장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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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M&A 베팅으로 규모 키워

올해 미 금융업계는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 등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지역은행들이 파산했다. 이후 많은 은행들이 예금자들의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을 막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써야 했다. 상업용 부동산 불경기가 닥치면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불거지기도 했다.

JP모간에는 기회였다. 3월 지역은행 위기 이후 불안해진 예금자들은 JP모간으로 5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이동시켰다. 현재 JP모간의 예금잔액은 2조5000억달러로 업계 전체의 13%를 넘는다. 블룸버그는 “JP모간은 순이자수익(NII) 기대치를 1년간 4배 올렸고, 경영진이 ‘과도한 수익’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많은 돈을 끌어모았다”고 전했다.

탄탄한 자금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흡수하는 기반이 됐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퍼스트리퍼블릭의 인수 대상자로 JP모간을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JP모간이 FDIC의 보험 기금에 가장 적은 타격을 입혔다고 언급했다. JP모간이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냈다는 얘기다.

JP모간은 성장세를 지속하며 다른 은행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올해 기술과 신사업에만 160억달러 규모를 투자했으며 올해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이익 창출 목표치도 기존 10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렸다.

전통 수익창구인 오프라인 지점 확대도 지속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이 성장의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JP모간의 소비자금융 부문 공동책임자인 마리안 레이크는 “새로운 지점을 계속 개설하고, 기술에 투자하고 은행원을 더 많이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