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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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의 인기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자 채권 금리가 떨어지기 전에 보유하자는 투자자들의 매수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26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재무부가 이날 진행한 주요 미 단기 국채 입찰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미 1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간접 낙찰률은 77.6%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역대 최고치였다. 6개월 만기 국채 입찰에서는 71.6%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간접 낙찰은 외국 중앙은행을 포함해 해외 투자자들의 낙찰률를 뜻한다. 그만큼 해외에서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컸다는 의미다.

수요가 늘면서 채권 금리는 낮아졌다. 이날 1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95%로 정해졌다.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다. 이전 입찰 때 발행 금리(4.935%)보다는 0.34%포인트 낮아졌다. 6개월 만기 국채 금리는 5.08%로 직전(5.13%)보다 0.05%포인트 떨어졌다.

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이날 4.314%로 정해지며 이전(4.887%) 대비 0.753%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응찰률은 2.68배로 이전(2.54배)보다 높아졌다. 발행 규모는 570억달러로 이전인 540억달러보다 늘었지만 수요는 더 활발했다.

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채권 금리가 높을 때 미리 사두려는 투자자들이 급증했다는 해석이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이후 재무부 입찰에서 국채의 발행 금리가 떨어진다. 이 경우 기준금리가 하락하기 전 발행된 높은 금리의 채권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채권 가격이 오르게 된다.

블룸버그는 “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금리 인하를 예고한 후 채권 수요가 탄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Fed는 지난 13일 FOMC 정례회의를 열어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내년 말 금리 수준은 연 4.6%로 예측했다. 내년 기준금리를 세 번 이상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6일 기준 Fed가 내년 3월 처음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70.6%로 집계됐다.

TD증권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제나디 골드버그는 “국채 경매 강세는 Fed가 조만간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투자자들이 듀레이션(투자금 회수 기간)을 늘리고 싶어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