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가짜 바닥에 속지 마라"…기로에 선 건설株, 여전히 투자 매력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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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급등한 건설株

가뭄의 단비일 뿐, PF 부실 우려는 현실화
'고위험-고수익' 전략…자칫 큰 손실 짊어져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건설주가 최근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선 건설주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며 반성문 리포트까지 등장했다. 시장에선 수년째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건설주가 바닥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건설주 바닥론은 섣부른 희망일 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현재 진행형이란 점에서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단 분석을 내놓는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을 담은 KRX 건설지수는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9.65%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일부 증권사는 건설주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오르자 '전망이 틀렸다'며 반성문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그간 건설경기 부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잔존 등으로 건설주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것이 건설주 상승을 이끌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5%를 넘어갔으나 최근 빠르게 하락하면서 3.8%대로 낮아졌다. 건설업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다. 금리가 급등하면 PF 이자 부담이 느는 데다,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줘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설주가 바닥을 찍었을까, 전문가들은 가짜 바닥에 속으면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PF 위기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최근 태영건설로 촉발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건설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건설주를 대상으로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추구하게 되면 자칫 큰 손실을 짊어질 수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가 계속 쌓이는 환경은 일부 건설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 건설사의 최우선 과제는 유동성 확보"라고 지적했다.

건설주가 바닥을 기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실 국내 건설주는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 우선 발행 주식 수가 타 업종 대비 많단 분석이 나온다. 오랜 역사 속에서 유·무상증자를 거듭하며 덩치를 키운 탓에 현대건설삼성물산, GS건설 등의 발행주식은 약 1억주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4억주 이상을 찍어냈다.

반면 거래량은 적다. 최대주주인 총수기업이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장내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렇다 할 신사업이 없어 새로운 수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성장 동력 부재로 주가 상승 모멘텀이 크지 않단 의미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주택건설 비중이 높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상대적으로 높은 주택사업 비중에 주가 발목이 잡힌 상태다. GS건설은 전체 사업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70% 이상으로, 주요 상장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해외사업에서도 주택건설의 비중이 큰 건설사로 꼽힌다.

그렇다고 배당을 많이 주는 편도 아니다. 배당 성향은 건설경기와 실적을 핑계로 매년 등락을 반복한다.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재무 구조 개선을 이유로 수년째 무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에 호재가 되는 주주환원 정책에도 미온적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이번 건설주의 반등은 미 Fed의 내년 금리 인하 시사로 가뭄의 단비가 내렸을 뿐, 주가가 바닥을 찍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내년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며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의견엔 일부 동의하지만, PF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는 만큼 건설주의 투자 환경은 점차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