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이스라엘 정부가 전쟁 중인 자국에 250억달러(약 32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인텔에 32억달러(약 4조1500억원)를 지원한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와 인텔은 이같은 내용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은 이스라엘 남부 키르얏 갓에 있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에서 단일 기업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다. 이스라엘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은 인텔 전체 투자규모의 12.8%다. 이날 이 소식에 인텔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5.2% 올랐다.

키르얏 갓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가자지구에서 42km 떨어진 곳이다. 인텔은 이 지역에서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칩을 생산하는 공장 ‘팹28’을 운영하고 있다. 차세대 공정 생산을 담당할 추가 공장은 2028년 가동을 시작해 최소 2035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수천 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인텔은 성명에서 “키르얏 갓 공장 확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또는 계획 중인 투자와 함께 탄력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육성하려는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또 향후 10년간 이스라엘 공급기업으로부터 600억셰켈(약 21조5000억원) 규모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전 세계가 반도체 투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이스라엘이 악과 전쟁을 벌이는 시점에서 이번 투자는 이스라엘 경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인텔은 약 50년 전인 1974년 이스라엘에 진출해 현재 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는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자동차 기업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약 19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스라엘에서만 약 1만17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인텔 수출은 약 90억달러로 전체 하이테크 수출의 5.5%를 차지한다.

앞서 지난 6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인텔의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인텔은 그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대규모 지원금으로 인텔의 마음을 샀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지원금 규모(32억달러)는 인텔이 50년간 이스라엘의 다른 기관들에서 받은 보조금(20억달러)보다 크다.

인텔은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기 위해 이스라엘 외에도 세계 각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 등에 300억유로(약 43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 2곳을 추가로 짓고, 폴란드 브로츠와프에도 46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등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6월 내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계 2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건 인텔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의 ‘슈퍼 을’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은 첨단 장비인 하이 NA EUV(극자외선) 노광(빛을 쏴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장비를 인텔에 가장 먼저 공급했다고 밝혔다. 하이 NA EUV는 2나노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에서 핵심적인 장비로 파운드리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