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새벽 사형 집행을 당한 이란 여성 사미라 사브지안. /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20일(현지시간) 새벽 사형 집행을 당한 이란 여성 사미라 사브지안. /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이란이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소식이 알려지자 인권단체들이 일제히 규탄하고 있다. 이 여성은 15세 때 강제로 남편과 결혼한 뒤 가정 폭력을 당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을 종합하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인권'(IHR)은 사미라 사브지안(29)이 이날 새벽 테헤란 서부 외곽 도시 카라즈의 교도소에서 처형됐다고 밝혔다.

IHR은 사브지안은 15세 때 남편과 결혼한 '어린 신부'로 심각한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사브지안은 약 10년 전이자 결혼 후 약 4년 만인 19세 때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후 사형을 선고받았다.

국제 인권단체들이 사브지안에 대한 사형 집행 계획을 철회할 것을 탄원했지만, 이란은 이를 묵살했다. IHR의 마흐무드 아미리 모그하담 대표는 "사브지안은 수년간의 성차별과 조혼, 가정 폭력의 희생자였으며 오늘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의 살인 기계에 희생됐다"고 규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끔찍하다"고 표현하면서 올해 이란에서 사형 집행이 급증해 지난달에만 최소 115명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집계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올해 사형 집행된 여성만 18명으로 파악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란이 사형제 폐지를 목표로 모든 사형 집행을 유예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키사스 원칙(같은 종류의 보복)에 기초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란에선 사망한 남편의 가족이 동일한 방식의 보복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