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민간 선박 공격에 맞서 미국이 연합군 함대를 조직해 대응하기로 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바닷길을 막는다는 구실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운하의 관문으로, 세계 해운 물동량의 약 15%가 지나는 길목이다.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주요 글로벌 해운사에 이어 석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수에즈운하 통항을 포기하면서 물류·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여개국 참여한 다국적군 출격

홍해 물류 비상…연합군, 예멘 반군 퇴치한다
미국 국방부는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위협에 대항해 미 해군 5함대를 주축으로 다국적군이 참여한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개시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홍해 입구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에 대응해 온 연합 태스크포스(TF)에서 홍해 담당 기동부대인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등 10여개국의 해군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무분별한 공격은 교역의 자유를 저해하고 무고한 선원들을 위협하고 있어 집단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작전 참여국들이 상선 호위 이외의 작전에도 관여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후티 반군의 배후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분쟁에 개입해 왔다. 미 해군이 공격을 막아서자 홍해에서 이스라엘로 오가는 선박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최근 이스라엘과 무관한 상선까지 공격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선사 NYK의 화물선 갤럭시리더호를 납치했고, 이후 해상 드론으로 독일과 스위스 해운사 소속 상선을 잇달아 공격했다.

무함마드 알부하이티 후티 반군 최고정치위원은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구성해 홍해에 파견할 어떠한 연합체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 등 여러 나라가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하는) 우리 작전을 멈추기 위해 간접 접촉했지만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하메드 압둘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에 속한 배가 아니라면 홍해를 항행하는 선박은 안전하다”고 했다.

○홍해 해운 마비…유가 2% 상승

예멘 반군의 위협으로 홍해 통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물류 대란 우려가 커졌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잇달아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위험성이 커져 운송 보험료가 급등하면서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 CGM 등 대형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 통항을 잠정 중단했고, 대만 에버그린과 독일 하파그로이드도 우회 항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한국 HMM이 소속된 글로벌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THEA)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동의 핵심 화물인 원유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2.47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46%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도 1.82% 상승했다.

영국 석유기업 BP가 이날부터 홍해를 통한 석유 수송을 잠정 중단한 여파로 분석된다. 세계 석유 하루 생산량의 10%에 육박하는 900만 배럴의 원유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운송된다.

리처드 매튜스 EA깁슨 십브로커스 리서치책임자는 “대부분 유조선은 현재 우회 경로를 활용하고 있지만 유조선의 홍해 통행 제한이 오래 지속되면 운송료 부담이 커져 유가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은/이현일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