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운하 차질·M&A 기대감에 HMM '들썩'…시황 부진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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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도 한화그룹 편입 이후 상승장서 상승 탄력↑
팬오션과 시너지 기대하지만…“벌크‧컨테이너 시너지 약해져”
“시황 부진 기간 동안 하림이 추가투자 해야 경쟁력 유지 가능”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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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이 이틀 연속 급등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수에즈운하 통과가 어려운 데 따른 수혜 가능성과 하림그룹으로의 편입 기대감이 이어진 결과로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목표주가 컨센서스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해상 컨테이너 운송 시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성장을 위해 하림그룹이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화그룹 편입으로 주가 탄력 커진 대우조선처럼 오를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HMM은 5.07% 오른 1만843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직전 거래일인 18일 14.12% 급등한 데 이어 이틀째 불기둥을 세웠습니다.

처음에는 예멘 후티반군의 공격을 피해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대륙을 돌아 지중해로 진입하기로 한 데 따른 해운시황 회복 기대감이 해운주들을 끌어 올렸습니다. HMM뿐만 아니라 흥아해운, 대한해운, 팬오션 등 대부분의 해운사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죠.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면 선복(선박 내 화물을 실을 공간)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급 과잉 상황을 완화해줄 수 있는 거죠. 아프리카대륙을 돌아 지중해로 진입하려면 왕복 기준으로 2주가량 항해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기로 결정한 HMM은 같은 양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2척의 선박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켓PRO] 운하 차질·M&A 기대감에 HMM '들썩'…시황 부진 극복할까
19일엔 HMM만 강세를 보였습니다. 18일 장 마감 이후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을 선정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HMM은 한진해운이 파산한 2016년의 해운업 위기 때 현대그룹의 경영권 포기로 산은 자회사가 된지 8년여만에 민영화를 앞두게 됐습니다.

HMM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함께 산은의 ‘앓던 이’였습니다. 덩치가 워낙에 크고, 공적 자금이 많이 들어갔으며, 전후방 산업이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탓에 민영화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주가 측면에서 보면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으로의 편입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올해 들어 여름까지 조선주들이 랠리를 펼칠 때 돋보이는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장중 고점 기준으로 연초 이후 한화오션은 163.32% 상승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29.05%)과 삼성중공업(85.32%)보다 훨씬 큰 주가 탄력을 보여줬습니다.

컨테이너‧벌크 시너지 기대하지만…“HMM‧팬오션 규모 차이 커”

한화오션의 주가 흐름이 탄력적이었던 배경은 육상‧항공 방위산업 분야의 강자인 한화그룹과 해상 방산 분야 강자인 한화오션의 시너지입니다. 실제 한화그룹으로의 편입 이후 한화오션은 상선 수주전에서 출혈 경쟁을 일으키기보다 방산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HMM의 하림그룹 편입에서도 사업상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하림그룹은 2015년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황이 좋을 때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남기지만 시황이 꺾였을 때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컨테이너선 사업의 변동성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안정적인 벌크선 사업이 완화해줄 수 있습니다.

다만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HMM과 팬오션의 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시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HMM과 팬오션의 규모가 엇비슷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컨테이너선시황과 벌크선시황이 동조화되는 모습도 포착된다. 현재 기대하고 있는 HMM과 팬오션의 시너지가 실제로 나타날지도 미지수”라고 말합니다.
[마켓PRO] 운하 차질·M&A 기대감에 HMM '들썩'…시황 부진 극복할까

컨테이너선 시황 부진 내년에도 이어질 듯…“하림, 추가투자 각오해야”

컨테이너선 시황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걸리는 부분입니다. 글로벌 해상 컨테이너 운임 지표로 쓰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작년초에는 5000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1000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HMM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작년 대비 94.33% 감소한 5640억원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그나마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 인도받아 사선(해운사 소유의 선박)으로 운영 중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 덕분에 글로벌 경쟁 선사들 대비로는 수익성이 우수한 편입니다.

내년부터는 팬데믹 시기에 글로벌 선사들이 부랴부랴 발주한 컨테이너선들이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합니다. 해진공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컨테이너선 신조선 발주 잔량은 747만TEU로, 현존 선대의 약 27.5% 규모라고 합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과 2025년의 인도 예정 선복량은 약 490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해운사들이 무작적 공급 조절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해봐도 내년 (선복) 공급 우위의 전망이 변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하는 시점이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팬오션을 인수했을 때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한종길 교수는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했을 때는 벌크선 시황이 좋았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며 “HMM이 10조원 가량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림그룹이 비슷한 규모의 돈을 추가로 투입해 친환경 선대와 물류시설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