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를 대상으로 MBK파트너스가 진행하고 있는 공개매수를 지지하고 나섰다. 조 이사장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17일 조 이사장은 여동생인 조희원 씨를 만난 뒤 입장문을 내고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MBK파트너스와 뜻을 같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0.81%를 보유하고 있는 조 이사장은 “의결권 위임이나 공개매수 참여 등 구체적인 지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조 이사장은 또 “만 86세인 조 명예회장의 장내 주식 매집이나 공개매수 진행 후 알려진 조 명예회장의 발언들도 스스로의 판단이 아닌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조 회장 측이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앤컴퍼니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MBK파트너스는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지분율 18.93%), 차녀인 조희원 씨(지분율 10.61%)와 손잡고 지난 5일부터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 명예회장은 7일부터 6거래일에 걸쳐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를 매집했고, 그 결과 조 회장(지분율 42.03%) 측 지분율은 44.75%로 높아졌다. 그러자 MBK파트너스는 15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한다고 공시했다. 또 조 명예회장이 시세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게 유지되도록 높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이날 조 이사장이 공개매수를 지지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격화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번주 한국앤컴퍼니 주가 향방에 따라 공격과 방어 측의 수싸움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 공시 후 조 회장 측으로 경영권 분쟁의 형세가 기울었다는 분석이 확산하면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15일 25.06% 급락한 1만5850원에 마감했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 조 이사장의 공개매수 지지 등으로 18일 일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공개매수 마감을 앞두고 조 회장 측이 추가로 지분을 사들여 분쟁을 끝내려 할 경우 주가 반등폭이 미미하거나 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