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회복 발판으로 한미일 3각 공조…한중관계 관리는 과제
가치 내세워 국정 '정상화' 꾀해…선거 패배에 '민생'으로 무게중심
[2023결산] 국정 중심 '가치'에서 '민생'으로…尹정부 2기 전환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국정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잇단 선거 패배를 계기로 '민생'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쇄신을 모색했다.

일본과 과거사 갈등을 풀며 한일관계를 빠르게 복원하고 이를 발판으로 한미일 3국 공조를 공고히 한 점은 성과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하며 경제외교에도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취임 초 약속한 3대 개혁 원년을 선언하며 각종 '이권 카르텔' 혁파에 힘썼다.

그러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등으로 국정운영 방식에 비판이 제기되자, 윤 대통령은 몸을 낮추며 '민생'에 방점을 찍었다.

동시에 연말 개각·개편을 통해 정부 2기 출범의 첫발을 뗐다.

◇ 한일관계 발판 한미일 전례 없는 공조…中 관계 관리 숙제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냈다.

먼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이웃이라는 점을 호소했다.

양국 갈등의 뇌관이었던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우리 정부 주도로 해결하는 '제3자 변제' 안을 제시한 데 이어, 3월 16일 우리 정상으로는 4년 만에 일본을 먼저 방문했다.

일부 피해자의 반발과 국내 반일 여론 등을 각오한 전향적 결정이었다.

이는 12년 만의 한일 '셔틀외교' 복원 및 다방면의 경제·안보 협력으로 이어졌고, 두 정상은 올해 한 해만 7차례 정상회담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일관계 복원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적극 추진해온 한미일 협력의 토대가 됐다.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협력이 새 시대를 맞이했음을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4월 국빈 방미 당시 '아메리칸 파이' 열창으로 상징되는 스킨십을 쌓았다.

또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면서 미국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한일관계 복원과 한미일 밀착을 통해 남북 관계를 중심에 놓았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대외정책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군사정보 공유 확대를 합의하는 등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자유 진영과 협력을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대(對)중국 관계 활성화는 과제로 남았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설화, 대만 문제를 둘러싼 공방 등 부침이 계속되며 올해도 냉각기가 이어진 가운데,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한중정상회담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적극적으로 성사하려 하는 한일중 정상회의도 올해 대신 내년 개최를 도모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순방마다 '우리 기업이 뛸 운동장을 넓히겠다'며 원자력발전, 방위산업, 공급망 등 각국과 다방면의 경제협력을 도모했다.

서방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정상과도 적극 손을 잡았다.

올해 13차례에 이른 윤 대통령 순방의 또 다른 화두는 부산엑스포였다.

후발주자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윤 대통령을 필두로 민·관이 함께 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11월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최종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한참 뒤진 29표의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 가치 중심 '국정 정상화'…선거 패배에 '민생' 중심 쇄신 시도
윤 대통령은 국정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며 내치에서도 가치와 이념을 중심에 뒀다.

6월 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서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며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사실상 야권을 직격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가치와 이념이 우선시됐다.

윤 대통령은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의지를 계속 밝히며 노조, 사교육업체 등 '이권 카르텔' 혁파를 선언했다.

양대 노총의 노동조합 회계 공시 참여 결정, 시민단체 보조금 전수조사 등은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정 정상화를 이유로 가치와 이념을 우선하는 모습은 일각의 반발을 샀다.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생업에 바쁜 국민 다수도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관계는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도 원만치 못했다.

윤 대통령은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 이달 속칭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방송 관련 3법 개정안 등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야당은 10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35년 만에 부결시켰다.

총선에 앞서 수도권 민심을 일부 엿볼 수 있는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여당의 17%포인트 차 패배로 끝났다.

이념 중심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당정관계,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윤 대통령은 이후 '민생'과 '현장'을 키워드로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18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강조했으며 예산안 국회 시정 연설을 하던 31일에는 야당 의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지난달 29일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후엔 대국민 담화를 하고 "전부 저의 부족 때문"이라며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부터 정책실장직 신설과 대통령실 수석 전원 교체 등 대통령실 개편을 단행하고, 6명의 장관을 교체하면서 2기를 새롭게 띄우기에 이르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