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 연합뉴스 선정 10대 국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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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의 염원 속에 출발한 2023년에도 그 여망과는 달리 자욱한 포연이 지구촌을 뒤덮었다.
출구를 찾지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리멸렬한 양상으로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중동의 화약고가 폭발, 확전 위기로 치달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에 섰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주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며 쿠데타를 감행,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다 '반역자'가 된 수장 예브게니 프로고진은 결국 의문사를 당했다.
신냉전이 격화하는 양상 속에 국제 지형 재편도 물살을 탔다.
반도체 규제와 정찰 풍선 등으로 정면충돌했던 미중은 1년만의 정상회담을 통해 패권 경쟁의 새 국면을 열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과 러시아 정상은 4년만에 재회, 무기와 군사기술을 주고받으며 전세계 앞에서 '위험한 밀착'을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 역대 전·혁신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기소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역설적으로 그가 공화당 차기 주자 중 압도적 선두를 지키면서 전세계가 '트럼프 시대 2.0' 도래 가능성에 대해 긴장감 속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챗GPT를 위시한 AI(인공 지능)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우주 영역에서는 각국 간에 달 탐사 각축전이 불붙었다.
자연재해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비극만 남았다.
터키·시리아 지진으로 5만6천여명이 사망했고, 지구 온난화로 파괴력이 커진 산불, 홍수, 폭염이 세계 곳곳을 휩쓸어 많은 사상자를 냈다.
기온 관측 174년 역사에서 올해가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되는 등 지구촌은 작년에 이어 이상기후에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일본은 국내외 반발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했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유대교 안식일인 10월 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해 민간인과 군인 1천200여 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의 인질을 납치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상상도 못한 일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즉각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대대적인 포격과 공습에 이어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에 돌입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친이란 무장조직 헤즈볼라의 도발이 벌어지는 등 이스라엘과 중동국가간 확전 위기까지 고조됐다.
이에 국제사회가 휴전을 거듭 요구했고, 11월 24일 양측의 포로 및 수감자 교환을 조건으로 4일간의 일시 휴전이 성사됐다.
일시 휴전은 2일, 1일씩 2차례 연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인질 석방 명단을 넘기지 않았다면서 휴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일주일간의 짧은 평화는 다음 휴전에 대한 기약 없이 끝나버렸다.
북부 소탕을 마무리한 이스라엘은 이후 가자지구 남부로 전선을 확대했다.
전쟁이 2개월을 넘긴 지금 민간인과 전투원 등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벌써 1만8천명이 넘는다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밝혔다.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가자지구 남부로 몰려들면서 식량과 물, 의약품 부족 문제가 극심하지만 이스라엘의 포위 탓에 구호물자 전달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휴전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2년 가까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에서 소외될 위기에 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하며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했으나, 의회에선 관련 예산안 처리가 교착 상태고 전쟁 피로감에 바이든의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어 내년 대선을 앞둔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 러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과 수장 프리고진의 의문사 6월 23일 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알력 다툼을 벌이던 러시아군으로부터 공격당했다면서 병력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진군했다.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는 '정의의 행진'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바그너그룹은 사실상 아무 저항 없이 로스토프주 러시아 남부군 사령부를 접수한 데 이어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긴급 연설에서 이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가혹한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바그너그룹은 하루도 안 돼 1천㎞ 가까운 거리를 주파해 모스크바 아래 200㎞까지 진격했다.
이에 모스크바 시내 주요 시설이 폐쇄되고 주요 7개국(G7)이 사태에 대한 논의에 나서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됐다.
내전 발발 직전의 상황에서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벨라루스로 망명해 처벌을 면하는 조건으로 반란을 접었다.
신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오가며 건재를 과시했다.
바그너그룹의 주무대인 아프리카에서 향후 활동 계획을 공개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월 23일 모스크바에서 이륙한 바그너그룹 소유 전용 제트기가 추락하면서 자신의 심복들과 함께 사망했다.
반란 2개월 만이었다.
이튿날 푸틴 대통령은 그에 대해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큰 실수도 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푸틴 배후설을 의심하고 있지만 요격설이나 내부 폭발설 등 추측만 분분할 뿐 진상 규명은 요원해 보인다.
◇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에 5만여명 사망…모로코도 지진 강타 2월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국경 지대에서 21세기 최악의 지진 중 하나로 꼽히는 재앙이 발생했다.
새벽 4시17분과 오후 1시24분 연이어 발생한 규모 7.8과 7.5의 강진으로 인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각각 5만여 명, 6천여 명 등 총 5만6천여 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튀르키예에서 12만6천 명, 시리아에서 1만2천 명에 달했다.
이는 21세기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 중 5번째에 해당한다.
지진이 대부분 주민이 깊이 잠든 새벽 시간에 발생하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참변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겨울철 추위로 인해 구조가 가능한 골든타임이 줄어들고 강한 여진이 끊이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튀르키예에서만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건물 17만여 채가 완파되거나 심각하게 손상됐다.
세계은행(WB) 추산 피해액은 튀르키예 기준 342억 달러(약 45조 원)에 달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부실시공과 부정부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시리아에서는 10년 넘게 계속된 내전과 정치적 갈등 탓에 구호의 손길도 제대로 닿지 못했다.
9월 8일에는 모로코 서남부 아틀라스산맥 부근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약 3천명이 숨지고 5만 채의 주택이 파손됐다.
모로코에서 이번 지진은 규모로는 190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였고, 인명피해 기준으로는 1만2천여 명이 숨진 1960년 아가디르 지진 이후 최대였다.
우리 정부는 이들 지진 당시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했다.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서는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는 성과를 냈다.
◇ 하와이 산불 등 기후변화 '지옥문' 열렸다…가장 뜨거운 해, 신음하는 지구촌 기후 위기는 생태를 넘어 인류의 존립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구촌은 작년처럼 올해도 극단적인 수준의 홍수와 산불,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현상에 신음했다.
'지상낙원'으로 불렸던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뜨거운 대기가 촉발한 산불로 97명이 사망하는 등 섬 전체가 잿더미가 됐다.
리비아에서는 열대성 폭풍이 동반한 폭우로 인해 대홍수가 발생, 4천여명이 숨지고 1만명이 실종됐다.
그리스에서는 유럽연합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20명이 사망했고 미국 뉴욕시보다 더 큰 면적인 810㎢가 불에 탔다.
서유럽과 아프리카, 미국 등지에서는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는 기온 관측 174년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는 등 지구촌이 펄펄 끓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1.5도 제한선은 내년에 뚫릴 가능성이 높으며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례가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선진국들도 큰 타격을 입자 지구상에는 안전지대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며 "화석연료를 둘러싼 이익과 탐욕으로 인한 시간 낭비를 메우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12월13일 폐막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는 진통 끝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에 대한 합의안이 마련됐다.
◇ 챗GPT 등장이 가져온 AI혁명…오픈AI CEO 해임 쿠데타 2022년 11월 30일 미국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오픈AI가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처음 선보인지 1년만에, 챗GPT는 불과 1년 만에 2억명 가까운 세계인이 쓰는 거대 서비스로 성장하며 일반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문가들은 사람처럼 묻고 답할 뿐 아니라 인터넷상의 광범위한 자료를 스스로 정리해 원하는 결과물을 척척 내놓는 챗GPT의 등장을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아이폰을 뛰어넘는 혁명으로 평가한다.
AI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발생한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태는 그만큼 충격파가 더 컸다.
11월 17일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이사회에서 돌연 해임 됐다가 닷새만인 22일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것이다.
오픈AI의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트먼을 영입하겠다며 힘을 실어주고 다른 투자자들과 직원들도 그의 복귀를 요구하며 압박하자 이사회가 백기를 들면서 올트먼을 내쫓기 위한 쿠데타는 '5일 천하'에 그쳤다.
이번 사태는 AI의 안전성과 개발 속도를 둘러싸고 AI로 인한 인류 절멸 가능성을 우려하며 '효과적 이타주의'를 견지하는 '두머'(doomer·파멸론자)와 '효과적 가속주의'를 주장하는 '부머'(boomer·개발론자) 진영간 철학적 논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인간의 명령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하는 범용AI(AGI)가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일부 이사진들이 올트먼의 해임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 미중 갈등…스파이 풍선에서부터 정상회담까지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며 양국 관계는 올해도 연초부터 악화일로를 걸었다.
2월 중국 인민해방군이 하이난에서 띄운 정찰용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 영공에 침입, 핵시설 등 민감시설에 접근했다가 미 동부 해상에서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당초 중국을 방문하려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출발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일정을 연기했다.
중국 측도 미국이 기상관측용 민간 비행선을 격추했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후 양국은 중국 첨단 반도체 등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 규제와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통제 등 적대적 조치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미중 양국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으로 대변되는 고립 작전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으로 대중 전략의 궤도를 수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0월 9일 방중한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의원단을 만나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천 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올리브 가지를 내밀며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은 11월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화초들이 곳곳에 장식된 사유지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1년만에 마주했다.
두 사람은 군사 핫라인 복원 등 일부 현안에 합의했다.
다만 대만 등 여타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 4년5개월만의 김정은-푸틴…북러 밀착 속 '위험한 거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4년 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양국 정상 간 회담은 2019년 4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계기로 진행된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댈 곳 없던 두 정상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채 전세계가 보란 듯 공개적 밀착을 하며 재래식 무기와 첨단 군사기술을 주고받는 '위험한 거래'에 나선 것이다.
국제사회의 우려는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화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1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러시아에 공급했으며 북한이 11월 21일 쏘아 올린 군사정찰 위성이 2전3기 끝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북러는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구체화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타진하는 등 전략적 연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미일 대 북중러 간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에 맞서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국제사회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 이행 및 위반행위 차단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 재선 노리는 트럼프, 美 헌정 사상 첫 대통령 출신 기소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3월 30일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 사실을 숨기려고 돈을 지급했다는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결정했다.
미 역대 전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건 사상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에게 13만 달러(약 1억7천만원) 상당의 합의금을 건넨 뒤 회삿돈으로 이를 메우고 관련 문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시작으로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백악관 기밀문서 무단유출 및 불법 보관 등 혐의로 올해만 네 차례나 형사 기소됐다.
특히 2020년 미 대선 주요 경합지였던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패배한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박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에 출두했을 때는 '머그샷'(범죄인 인상착의 기록 사진)까지 찍는 굴욕을 겪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마녀사냥'으로 규정, 지지층 결집에 나서며 오히려 지지율 제고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일찌감치 압도적 독주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리턴매치가 확실시되는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을 따돌리고 있어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시대 2.0'의 도래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세계 각국은 긴장 속에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내외 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맹을 경시하고 북한, 러시아 정상 등과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도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본 정부는 8월 24일 국내외 반발에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방류에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7월4일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공식 밝혔지만, 안전성 논란을 말끔히 가셔내지는 못했다.
IAEA는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한 일본의 요청을 받고 2021년 7월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부문별 중간 보고서 발간을 거쳐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종합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처리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원전 앞바다에 방류하는 처분 방식을 선택했다.
ALPS로 거를 수 없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는 바닷물과 희석해 농도를 일본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리터(L)당 1천500베크렐(㏃) 미만으로 만들어 내보내기로 했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오염수를 약 7천800톤(t)씩 방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11월까지 3차 방류를 마쳤다.
일본은 ALPS를 통해 처리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이 반발하면서 중·일 관계가 악화했다.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라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으며, 일본 정부는 중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지속해서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어렵사리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지만, 오염수 완전 처분과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우주 경쟁 가속화…인도, 달 남극 착륙 세계 첫 성공 냉전 이후 시들해졌던 인류의 달 탐사 경쟁이 올해 다시 뜨거워졌다.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8월 23일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인도는 수십년간 미국·러시아·유럽이 주도한 우주탐사 경쟁에서 새 역사를 썼다.
러시아는 1976년 '루나 24호'를 달에 보낸 후 47년 만인 올해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8월 발사된 '루나 25호'는 최초의 달 남극 착륙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일본에서는 우주 개발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가 작년 12월 '하쿠토-R 미션 1'을 발사하고 지난 4월 달 착륙을 시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 회사는 내년 겨울 다시 착륙선을 보낸다.
미국은 한국, 유럽 우주국, 캐나다 등 30여개에 달하는 국가·기관과 달 개발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추진 중이다.
이는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 착륙 이후 50여년 만에 우주인을 보내고, 달 궤도에 상설 우주기지를 세우려는 야심 찬 계획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5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낼 예정이다.
중국은 2026년 세계 최초 달 뒷면 토양 표본 채취를 위해 뛰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달 자원에 관심을 두고 있다.
햇볕이 들지 않는 달 남극의 분화구에는 두꺼운 얼음층이 있다.
여기서는 물과 수소, 산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달은 화성 등 다른 태양계 행성 탐사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
출구를 찾지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리멸렬한 양상으로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중동의 화약고가 폭발, 확전 위기로 치달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에 섰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주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며 쿠데타를 감행,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았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다 '반역자'가 된 수장 예브게니 프로고진은 결국 의문사를 당했다.
신냉전이 격화하는 양상 속에 국제 지형 재편도 물살을 탔다.
반도체 규제와 정찰 풍선 등으로 정면충돌했던 미중은 1년만의 정상회담을 통해 패권 경쟁의 새 국면을 열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과 러시아 정상은 4년만에 재회, 무기와 군사기술을 주고받으며 전세계 앞에서 '위험한 밀착'을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 역대 전·혁신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기소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역설적으로 그가 공화당 차기 주자 중 압도적 선두를 지키면서 전세계가 '트럼프 시대 2.0' 도래 가능성에 대해 긴장감 속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챗GPT를 위시한 AI(인공 지능)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우주 영역에서는 각국 간에 달 탐사 각축전이 불붙었다.
자연재해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비극만 남았다.
터키·시리아 지진으로 5만6천여명이 사망했고, 지구 온난화로 파괴력이 커진 산불, 홍수, 폭염이 세계 곳곳을 휩쓸어 많은 사상자를 냈다.
기온 관측 174년 역사에서 올해가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되는 등 지구촌은 작년에 이어 이상기후에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일본은 국내외 반발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했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유대교 안식일인 10월 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해 민간인과 군인 1천200여 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의 인질을 납치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상상도 못한 일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즉각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대대적인 포격과 공습에 이어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에 돌입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 친이란 무장조직 헤즈볼라의 도발이 벌어지는 등 이스라엘과 중동국가간 확전 위기까지 고조됐다.
이에 국제사회가 휴전을 거듭 요구했고, 11월 24일 양측의 포로 및 수감자 교환을 조건으로 4일간의 일시 휴전이 성사됐다.
일시 휴전은 2일, 1일씩 2차례 연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인질 석방 명단을 넘기지 않았다면서 휴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일주일간의 짧은 평화는 다음 휴전에 대한 기약 없이 끝나버렸다.
북부 소탕을 마무리한 이스라엘은 이후 가자지구 남부로 전선을 확대했다.
전쟁이 2개월을 넘긴 지금 민간인과 전투원 등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벌써 1만8천명이 넘는다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밝혔다.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가자지구 남부로 몰려들면서 식량과 물, 의약품 부족 문제가 극심하지만 이스라엘의 포위 탓에 구호물자 전달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휴전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2년 가까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에서 소외될 위기에 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하며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했으나, 의회에선 관련 예산안 처리가 교착 상태고 전쟁 피로감에 바이든의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어 내년 대선을 앞둔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 러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과 수장 프리고진의 의문사 6월 23일 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알력 다툼을 벌이던 러시아군으로부터 공격당했다면서 병력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진군했다.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는 '정의의 행진'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바그너그룹은 사실상 아무 저항 없이 로스토프주 러시아 남부군 사령부를 접수한 데 이어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긴급 연설에서 이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가혹한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바그너그룹은 하루도 안 돼 1천㎞ 가까운 거리를 주파해 모스크바 아래 200㎞까지 진격했다.
이에 모스크바 시내 주요 시설이 폐쇄되고 주요 7개국(G7)이 사태에 대한 논의에 나서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됐다.
내전 발발 직전의 상황에서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벨라루스로 망명해 처벌을 면하는 조건으로 반란을 접었다.
신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오가며 건재를 과시했다.
바그너그룹의 주무대인 아프리카에서 향후 활동 계획을 공개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월 23일 모스크바에서 이륙한 바그너그룹 소유 전용 제트기가 추락하면서 자신의 심복들과 함께 사망했다.
반란 2개월 만이었다.
이튿날 푸틴 대통령은 그에 대해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큰 실수도 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푸틴 배후설을 의심하고 있지만 요격설이나 내부 폭발설 등 추측만 분분할 뿐 진상 규명은 요원해 보인다.
◇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에 5만여명 사망…모로코도 지진 강타 2월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국경 지대에서 21세기 최악의 지진 중 하나로 꼽히는 재앙이 발생했다.
새벽 4시17분과 오후 1시24분 연이어 발생한 규모 7.8과 7.5의 강진으로 인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각각 5만여 명, 6천여 명 등 총 5만6천여 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튀르키예에서 12만6천 명, 시리아에서 1만2천 명에 달했다.
이는 21세기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 중 5번째에 해당한다.
지진이 대부분 주민이 깊이 잠든 새벽 시간에 발생하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참변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겨울철 추위로 인해 구조가 가능한 골든타임이 줄어들고 강한 여진이 끊이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튀르키예에서만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건물 17만여 채가 완파되거나 심각하게 손상됐다.
세계은행(WB) 추산 피해액은 튀르키예 기준 342억 달러(약 45조 원)에 달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부실시공과 부정부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시리아에서는 10년 넘게 계속된 내전과 정치적 갈등 탓에 구호의 손길도 제대로 닿지 못했다.
9월 8일에는 모로코 서남부 아틀라스산맥 부근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약 3천명이 숨지고 5만 채의 주택이 파손됐다.
모로코에서 이번 지진은 규모로는 190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였고, 인명피해 기준으로는 1만2천여 명이 숨진 1960년 아가디르 지진 이후 최대였다.
우리 정부는 이들 지진 당시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했다.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서는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는 성과를 냈다.
◇ 하와이 산불 등 기후변화 '지옥문' 열렸다…가장 뜨거운 해, 신음하는 지구촌 기후 위기는 생태를 넘어 인류의 존립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구촌은 작년처럼 올해도 극단적인 수준의 홍수와 산불,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현상에 신음했다.
'지상낙원'으로 불렸던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뜨거운 대기가 촉발한 산불로 97명이 사망하는 등 섬 전체가 잿더미가 됐다.
리비아에서는 열대성 폭풍이 동반한 폭우로 인해 대홍수가 발생, 4천여명이 숨지고 1만명이 실종됐다.
그리스에서는 유럽연합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20명이 사망했고 미국 뉴욕시보다 더 큰 면적인 810㎢가 불에 탔다.
서유럽과 아프리카, 미국 등지에서는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는 기온 관측 174년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는 등 지구촌이 펄펄 끓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1.5도 제한선은 내년에 뚫릴 가능성이 높으며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례가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선진국들도 큰 타격을 입자 지구상에는 안전지대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해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며 "화석연료를 둘러싼 이익과 탐욕으로 인한 시간 낭비를 메우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12월13일 폐막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는 진통 끝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에 대한 합의안이 마련됐다.
◇ 챗GPT 등장이 가져온 AI혁명…오픈AI CEO 해임 쿠데타 2022년 11월 30일 미국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오픈AI가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처음 선보인지 1년만에, 챗GPT는 불과 1년 만에 2억명 가까운 세계인이 쓰는 거대 서비스로 성장하며 일반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문가들은 사람처럼 묻고 답할 뿐 아니라 인터넷상의 광범위한 자료를 스스로 정리해 원하는 결과물을 척척 내놓는 챗GPT의 등장을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아이폰을 뛰어넘는 혁명으로 평가한다.
AI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발생한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태는 그만큼 충격파가 더 컸다.
11월 17일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이사회에서 돌연 해임 됐다가 닷새만인 22일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것이다.
오픈AI의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트먼을 영입하겠다며 힘을 실어주고 다른 투자자들과 직원들도 그의 복귀를 요구하며 압박하자 이사회가 백기를 들면서 올트먼을 내쫓기 위한 쿠데타는 '5일 천하'에 그쳤다.
이번 사태는 AI의 안전성과 개발 속도를 둘러싸고 AI로 인한 인류 절멸 가능성을 우려하며 '효과적 이타주의'를 견지하는 '두머'(doomer·파멸론자)와 '효과적 가속주의'를 주장하는 '부머'(boomer·개발론자) 진영간 철학적 논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인간의 명령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하는 범용AI(AGI)가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일부 이사진들이 올트먼의 해임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 미중 갈등…스파이 풍선에서부터 정상회담까지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며 양국 관계는 올해도 연초부터 악화일로를 걸었다.
2월 중국 인민해방군이 하이난에서 띄운 정찰용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 영공에 침입, 핵시설 등 민감시설에 접근했다가 미 동부 해상에서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당초 중국을 방문하려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출발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일정을 연기했다.
중국 측도 미국이 기상관측용 민간 비행선을 격추했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후 양국은 중국 첨단 반도체 등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 규제와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통제 등 적대적 조치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미중 양국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으로 대변되는 고립 작전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으로 대중 전략의 궤도를 수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0월 9일 방중한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의원단을 만나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천 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올리브 가지를 내밀며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은 11월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화초들이 곳곳에 장식된 사유지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1년만에 마주했다.
두 사람은 군사 핫라인 복원 등 일부 현안에 합의했다.
다만 대만 등 여타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 4년5개월만의 김정은-푸틴…북러 밀착 속 '위험한 거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4년 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양국 정상 간 회담은 2019년 4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계기로 진행된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댈 곳 없던 두 정상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채 전세계가 보란 듯 공개적 밀착을 하며 재래식 무기와 첨단 군사기술을 주고받는 '위험한 거래'에 나선 것이다.
국제사회의 우려는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화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1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러시아에 공급했으며 북한이 11월 21일 쏘아 올린 군사정찰 위성이 2전3기 끝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북러는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구체화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타진하는 등 전략적 연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미일 대 북중러 간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에 맞서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국제사회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 이행 및 위반행위 차단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 재선 노리는 트럼프, 美 헌정 사상 첫 대통령 출신 기소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3월 30일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 사실을 숨기려고 돈을 지급했다는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결정했다.
미 역대 전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건 사상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에게 13만 달러(약 1억7천만원) 상당의 합의금을 건넨 뒤 회삿돈으로 이를 메우고 관련 문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시작으로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백악관 기밀문서 무단유출 및 불법 보관 등 혐의로 올해만 네 차례나 형사 기소됐다.
특히 2020년 미 대선 주요 경합지였던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패배한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박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에 출두했을 때는 '머그샷'(범죄인 인상착의 기록 사진)까지 찍는 굴욕을 겪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마녀사냥'으로 규정, 지지층 결집에 나서며 오히려 지지율 제고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일찌감치 압도적 독주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리턴매치가 확실시되는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을 따돌리고 있어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시대 2.0'의 도래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세계 각국은 긴장 속에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내외 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맹을 경시하고 북한, 러시아 정상 등과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도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본 정부는 8월 24일 국내외 반발에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방류에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7월4일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공식 밝혔지만, 안전성 논란을 말끔히 가셔내지는 못했다.
IAEA는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한 일본의 요청을 받고 2021년 7월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부문별 중간 보고서 발간을 거쳐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종합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처리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원전 앞바다에 방류하는 처분 방식을 선택했다.
ALPS로 거를 수 없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는 바닷물과 희석해 농도를 일본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리터(L)당 1천500베크렐(㏃) 미만으로 만들어 내보내기로 했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오염수를 약 7천800톤(t)씩 방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11월까지 3차 방류를 마쳤다.
일본은 ALPS를 통해 처리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이 반발하면서 중·일 관계가 악화했다.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라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으며, 일본 정부는 중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지속해서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어렵사리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지만, 오염수 완전 처분과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우주 경쟁 가속화…인도, 달 남극 착륙 세계 첫 성공 냉전 이후 시들해졌던 인류의 달 탐사 경쟁이 올해 다시 뜨거워졌다.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8월 23일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인도는 수십년간 미국·러시아·유럽이 주도한 우주탐사 경쟁에서 새 역사를 썼다.
러시아는 1976년 '루나 24호'를 달에 보낸 후 47년 만인 올해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8월 발사된 '루나 25호'는 최초의 달 남극 착륙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일본에서는 우주 개발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가 작년 12월 '하쿠토-R 미션 1'을 발사하고 지난 4월 달 착륙을 시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 회사는 내년 겨울 다시 착륙선을 보낸다.
미국은 한국, 유럽 우주국, 캐나다 등 30여개에 달하는 국가·기관과 달 개발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추진 중이다.
이는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 착륙 이후 50여년 만에 우주인을 보내고, 달 궤도에 상설 우주기지를 세우려는 야심 찬 계획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5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낼 예정이다.
중국은 2026년 세계 최초 달 뒷면 토양 표본 채취를 위해 뛰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달 자원에 관심을 두고 있다.
햇볕이 들지 않는 달 남극의 분화구에는 두꺼운 얼음층이 있다.
여기서는 물과 수소, 산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달은 화성 등 다른 태양계 행성 탐사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