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사무국에 조사 지시…사실 확인되면 적절 설명" '소극적' 대응에 비판 여론 커져
비자금 스캔들 '시발점' 아베파 각료 4인 내일 교체…"아베파 일소 못하면 구심력 저하" 분석도
기시다, 기시다파 비자금 의혹에 궁지 몰려…"대응 따라 치명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억엔(약 45억원) 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휘말린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소속 각료 4명을 14일 교체한다고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다만 아베파 반발 등을 고려해 해당 파벌 소속 차관급 인사 중 일부는 유임시키는 쪽으로 조율 중이어서 정권 내 '아베파 일소'는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가 수장을 맡았던 '기시다파'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와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인사를 물갈이하더라도 사태가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고 현지 언론은 짚었다.

기시다, 기시다파 비자금 의혹에 궁지 몰려…"대응 따라 치명상"
◇ 기시다, 무파벌 중용 가능성…아베파 반발에 '전원 교체'는 강행 안 할 듯
기시다 총리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파 각료 교체 방침과 '자민당 비자금 게이트'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하루 뒤에는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아베파에 속한 각료 4명을 사실상 경질할 방침이다.

신임 각료는 하마다 야스카즈 전 방위상, 사이토 겐 전 법상 등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은 인물이 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기시다 총리는 차관급인 부대신으로 임명된 아베파 5명도 전원 교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대신보다 직위가 낮은 차관급인 정무관 6명은 일부를 유임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관측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는 "(기시다 총리가) 중진 의원들인 부대신은 파벌 의혹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정무관은 젊은 사람 중심이어서 의혹 관여 정도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정무 3역'으로 불리는 일본 정부 고위직인 각료·부대신·정무관에서 아베파 인사를 전부 축출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아베파는 물론 자민당 비주류 중진인 이시바 시게루 의원 등도 반대하면서 정무관 직책에는 아베파 일부를 남겨두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소속 의원이 99명으로 가장 많고 보수층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아베파를 배려해 기시다 총리가 적절한 선에서 타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아사히는 "모든 아베파 의원을 정무 3역에서 제외한다는 애초 방침을 실행하지 못한다면 총리의 구심력 저하에 박차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시다, 기시다파 비자금 의혹에 궁지 몰려…"대응 따라 치명상"
◇ 비자금 의혹, 기시다파에도 불똥…기시다 "사무국에 조사 지시"
자민당 정치자금 문제를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금까지 아베파 비자금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왔지만, 또 다른 파벌인 기시다파와 니카이파도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 수입을 부실 처리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파는 2018∼2022년에 파티를 개최하면서 소속 의원이 판매한 '파티권' 수입 중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자금 수천만엔을 마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기시다파가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 액수는 아베파와 니카이파보다 적지만, 기시다 총리가 이끌던 파벌에서도 부정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회장을 맡았던 기시다파에서도 정치자금 파티 부실 기재 의혹이 부상했다"며 "대응에 따라서는 여당 내에서 나오기 시작한 총리 퇴진론에 박차가 가해지고, 치명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기시다파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해 왔던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 질문에 "사무국에 (정치자금 보고서를) 자세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으며,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되면 적절하게 설명하도록 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조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아베파처럼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파가) 아베파와 동일시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신문은 자민당 주요 파벌들이 장기간 뒷돈을 챙겼다는 의혹이 확대되면서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을 통한 정치 개혁이나 파벌 해체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힘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또 이시바 의원이 지난 11일 기시다 총리 조기 사퇴론을 언급했으나, 자민당 파벌 대부분이 정치자금 부실 기재 의혹을 받고 있어서 일단 기시다 총리 퇴진보다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우선시하는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