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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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경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지난달 중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변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루블화보다 불안정한 원화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1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매일 0.62%씩 변동했다. 지난 9월 0.26%, 10월 0.43%에 비해 변동률이 커졌다. 환율이 10월말 1350원50전에서 11월말 1290원까지 하락하는 가운데 일평균 변동률도 확대된 것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11월 변동폭이 8원20전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9월 3원50전, 10월 5원80전 등에 비해 변동폭이 커졌다.

이같은 변동성은 한은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것이다.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호주 달러화 등 선진국 통화는 0.5% 이하 수준에서 움직였다. 유로화가 0.35%로 변동률이 가장 낮았고, 달러화 0.37%, 파운드화와 엔화는 0.44%, 호주 달러화는 0.5%로 나타났다.
11월 중 통화 가치 변동률. 자료=한국은행
11월 중 통화 가치 변동률. 자료=한국은행

브라질 헤알화(0.52%),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53%) 등 신흥국 통화는 이보다 변동률이 큰 경우가 많았으나 원화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전쟁 중인 러시아도 루블화가 0.56% 변동해 한국보다 출렁임이 덜했다. 국가가 통제하고 있는 중국 위안화는 0.2%, 인도 루피화는 0.05%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원화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주요국 금리 변동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제시되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가 커졌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가 나타나면서 환율이 크게 내렸다. 지난달 15일 하루만에 원·달러 환율이 28원10전 내리는 등 낙폭이 컸다.

하지만 하순 이후 12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깨졌다. 이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과도한 기대를 일축하는 발언을 하면서 다시 환율이 1300원대를 넘나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조기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난 것도 환율 반등에 영향을 줬다.

국채금리도 큰 폭 하락

10년물 국채금리의 낙폭도 컸다. 한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10월 말 연 4.34%에서 지난달 말 연 3.70%로 하락했다. 지난 8일 기준으로는 연 3.53%까지 추가 하락했다. 10월 말보다 0.8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이 기간 연 4.93%에서 연 4.23%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일본(-0.18%포인트), 독일(-0.53%포인트), 영국(-0.47%포인트) 등도 한국보다 낙폭이 적었다. 신흥국 중에서도 브라질(-0.93%포인트), 멕시코(-0.89%포인트), 튀르키예(-2.19%포인트) 등을 제외하면 한국보다 10년물 금리가 더 하락한 곳은 없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