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플레이션 우려에도 소폭 반등한 유가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중국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세) 우려에도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9센트(0.13%) 오른 배럴당 71.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장중 1% 이상 하락했으나 마감 시점에 반등에 성공하며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2월물 브렌트유 역시 0.25% 오른 배럴당 76.03달러를 나타냈다.

유가는 최근 중국의 부진한 경제 지표로 인해 수요 우려가 부각되며 대체로 약세를 보여왔다. 이날 공개된 중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대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다만 지난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한 데 따른 저가 매수세에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중개업체인 PVM의 존 에반스는 "석유가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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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5% 떨어졌다. 10월부터 2개월 연속 마이너스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망치(-0.2%)와 전달(-0.2%)보다 더 부진했다. 이는 또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중국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기 대비 3.0% 하락해 예상치(-2.8%)와 전월치(-2.6%)를 모두 밑돌았다. 중국 PPI는 지난해 10월 -1.3%를 기록한 뒤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모두 마이너스대를 기록하면서 중국 디플레이션의 현실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 악화 신호로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악화는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를 부추길 수 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르쿠 수석 시장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지난달 물가 하락세는 세계 2대 경제국인 중국에서 석유와 같은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둔화하고 유럽 상당수 국가는 불황이거나 불황의 근처에 있으며 미국 역시 다른 지역만큼은 아니지만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라며 "이게 바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묶여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산유국들의 자발적 감산 불확실성이 유가를 짓누르고 있다.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에도 소폭 반등한 유가 [오늘의 유가]
XS닷컴의 라니아 굴 분석가는 "산유국들의 감산이 공급의 상당한 감축으로 이어질지 회의적"이라며 "이는 비OPEC 국가들의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내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고 말했다. 자발적 감산 대열에서 이탈하는 국가들도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리터부쉬 앤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쉬 회장은 "생산량 축소에 참여하는 회원국들은 더 적은 물량에서 발생하는 수익 감소뿐만 아니라 지난 OPEC+ 결정 이후 발전한 가격 폭락으로 인해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RBC캐피털 마켓츠의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자발적 감산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수치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변동성을 보이고, 방향성이 없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