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앞으로 은행 금융지주와 은행은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관련해 후보군 관리, 육성, 최종 선정까지 포괄하는 종합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규모와 구성도 바꿔야 한다.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는 늦어도 임기가 끝나기 3개월 전에는 시작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12일 제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은 CEO 선임과 관련한 새로운 절차와 사외이사의 독립성, 영향력을 강화하는 30개 원칙을 담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표적 소유·지배 분산기업으로 불리는 은행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경영진이 참호를 구축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당성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CEO 후보군 상시 관리해야

모범관행에 따르면 은행들은 적정 규모의 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최소 연 1회 이상 관리실태를 점검해야 한다. 후보들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부적합 인물을 제외하는 등 상시로 관리해야 한다. 상시 후보군에 포함하지 않은 후보를 CEO 후보에 추가하려면 추천자 및 사유를 따로 공시해야 한다.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특성상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해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셀프 연임’하거나 측근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후진적이라는 시각에서 나온 방안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외부 후보군 자격요건, 추천 경로,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법과 시기가 내부 후보자에게 비해 불리하지 않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검증 절차도 한 차례의 인터뷰와 면접에 그치지 않도록 외부 평가기관이나 전문가 참여, 심층 평판조회 및 다면평가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내부 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줘야 한다. 이를 놓고선 현실성이 떨어질뿐더러 자율경영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사실상 금융지주에 부회장직과 같은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며 “민간 금융사의 CEO 선임 절차에 개입하는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지주에서 이사회 사무국 업무를 담당해온 부장급 인사는 “회사 경영 현황을 파악한 외부 후보자가 다른 회사에 취업하면 기술 유출과 같은 ‘산업스파이’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며 “급여 없는 비상근 직위를 받아들일 외부 후보가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경영진으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원칙도 세웠다. 사외이사 지원조직은 CEO 관할이 아니라 이사회 아래 독립조직으로 설치하고 업무총괄자 임면은 이사회의 사전동의 등을 거치도록 했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은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를 운영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이사회 구성이 적절한지도 평가한다. 사외이사의 직군, 전문 분야, 성별 등이 치우치지 않도록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를 작성해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때 활용해야 한다. ‘2년+1년’ 임기가 많아 같은 해 사외이사 임기 만료가 집중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정 임기 정책과 이사회 승계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금감원이 내놓은 모범관행에 따라 각 은행지주와 은행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강제성은 없지만 금감원은 추후 지배구조 관련 감독과 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해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규정이 지나치게 세밀해 관치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외이사 지원 전담조직 설립 등은 사외이사 업무 증가로 이어져 사외이사 영입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은행계 금융지주와 은행 사외이사는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없어 지금도 사외이사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최한종/김보형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