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예방제 연구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비만예방 연구 부서를 신설했다. 이 부서는 노보노디스크가 가진 1만7000여 건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임상시험 데이터와 영국 바이오뱅크 등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인공지능(AI) 등으로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라스 프루에르가드 요르겐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데이터를 연구해 누가 비만에 걸리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치료제 시장 선두인 노보노디스크가 예방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치료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와 지난달 젭바운드라는 이름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일라이릴리가 경쟁하는 구도였다. 여기에 화이자가 먹는 다이어트약 다누글리프론을 개발하고, 스위스 로슈가 비만치료제 개발기업 카못테라퓨틱스를 31억달러(약 4조원)에 인수하는 등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요르겐센 CEO는 “(비만 예방 연구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비만예방제는 비만치료제와 비교해 ‘요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의 몸은 살 빼기 전 몸무게인 ‘체중 조절점’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는데, 비만예방제를 사용하면 몸무게가 이 지점까지 올라가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만예방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은 상용화의 변수로 꼽힌다. 비만을 생활 습관의 문제로 보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비만 예방에 돈을 쓸지, 이 약이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영국 비만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나비드 사타르 글래스고대 교수는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규제당국과 사회에서 받아들여질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이 사회·문화·행동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인 질병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2~5년 내에 비만이 될 수 있는 위험군을 파악하고 디지털 플랫폼으로 행동을 교정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예방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마틴 홀스트 랑게 개발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아직 수박 겉핥기 단계”라면서도 “시범 연구에서 데이터 잠재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조금은 흥분된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