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돈 되는 두리안으로 갈아탔다…내년 커피값 더 오르나 [원자재포커스]
12년만에 최고가 로부스타커피, 내년도 오른다
인스턴트커피 생산 공장 지어져 현지 소비 증가
엘니뇨 인한 작황 악화도 생산량에 부정적 요인


올해 40% 넘게 오른 로부스타 커피 가격이 내년에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로부스타 생두 최대 생산지인 베트남에서 소비가 증가하는 반면 재배 면적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런던국제선물거래소(LIFFE)에서 로부스타 커피 생두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1.73% 오른 파운드 당 2.59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보다 44% 오른 가격이다. 매크로트렌드에 따르면 로부스타 커피 생두가 2.6달러를 넘긴 것은 2011년 12월이 마지막이다.
올해 런던국제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로부스타 커피 생두 선물 가격 추이. 인베스팅닷컴
올해 런던국제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로부스타 커피 생두 선물 가격 추이. 인베스팅닷컴
전 세계 커피 시장은 전체의 약 75%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과 나머지 로부스타 품종으로 나뉜다. 아라비카는 브라질 콜롬비아 등이 주 생산지고 로부스타는 절반 이상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로부스타는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 양이 많아 에스프레소나 인스턴트 커피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 수확량이 감소하고 현지 수요가 증가해 전 세계가 베트남산 커피를 더 적게 마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최대 커피수출업체인 인티멕스그룹의 도 하남 회장은 호치민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베트남은 현재 160만~170만t의 로부스타 원두를 생산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지난해 178만t에서 감소한 수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수확기 비축분은 거의 고갈됐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남 회장은 로부스타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 닥락 주와 닥농 주에서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량도 감소하고 있다. 하남 회장은 베트남 총 커피 재배면적이 최근 정부 추정치인 70만헥타르보다 10만헥타르 가량 감소했을 것이라고 추장했다.

이는 농부들이 두리안 아보카도 등 수익성 높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커피나무를 베어낸 결과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가 커피 산지에서 두리안 산지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을 공식 허가한 결과다. 최근 커피 농장을 두리안 농장으로 바꾼 농부 베 둑 후인(26)은 같은 면적이면 두리안을 재배했을 때 커피보다 소득이 5배 많다고 전했다.
베트남 메콩 삼각주 껀터시에 있는 한 선상 매장에서 상인이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트남 메콩 삼각주 껀터시에 있는 한 선상 매장에서 상인이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늘어나는 현지 소비도 로부스타 커피 수출량 감소의 원인이다. 응웬 남하이 베트남코코아커피협회 회장은 같은 회의에서 "2023-24년도 베트남 커피 수출량이 전년도 166만t보다 15%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는 인스턴트 커피 공장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남하이 회장은 베트남 원두 소비량이 현재 26만t에서 35만~40만t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농무부 식량안보국은 2023/24년 베트남 커피 생산량 추정치를 지난 5월 추정치인 3130만포대(1포대=60㎏)에서 지난달 22일 2780만포대로 낮춰 발표했다. 그 원인으로는 엘니뇨로 인한 작황 악화를 지목했다. 베트남 기상·수문학 및 기후변화 연구소 한 관계자는 "엘니뇨로 인해 올해 말과 내년 초 베트남 커피 재배지역에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식량안보국은 같은 기간 베트남 커피 최종재고량 추정치를 276만포대에서 35만9000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