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선서 본 인간 세태 그려내…"해외 투어,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 돼"
밴드 코토바 "복잡한 박자도 언어…음악으로 쓴 인간 탐구 일지"
"어렵고 복잡한 박자도 언어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인간에게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 요소인 감정에 주목했죠." (됸쥬)
"이번 앨범은 음악으로 표현한 인간 탐구 일지, 혹은 관찰 보고서입니다.

" (다프네)
4인조 코토바(cotoba)는 팀과 멤버의 이름부터 음반 제목, 세계관, 가사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는 밴드다.

지난 2019년 데뷔해 다프네(기타), 됸쥬(보컬), 민서(드럼), 혜림(베이스)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일본어로 '언어'를 뜻하는 '고토바'(言葉)에서 팀이름을 따오고서 복잡하고 어려운 박자가 특징인 '매스록'(Math Rock) 음악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왔다.

이들은 지난달 한편의 SF 대서사시 같은 미니음반 '휴머노이드 오퍼레이셔널'(Humanoid operational)을 발표하고 서울을 시작으로 인도와 일본을 찾는 아시아 투어에도 돌입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연습실에서 코토바를 만나 인터뷰했다.

다프네는 이번 앨범에 대해 "인간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며 "그러나 근래 여러 가지 뉴스를 보면 세계가 인류 전체에게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예 '멀리' 가보자 하고 인류가 없어진 세계에서 지금을 바라보면 어떨지 궁리해봤다"고 소개했다.

이번 앨범은 인류가 AI(인공지능)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멸망한 뒤,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키리에'가 연구 목적으로 현 세기에 시간 여행으로 파견돼 남긴 인류 연구 결과물이라는 설정으로 제작됐다.

키리에는 인간의 특징으로 ▲ 삶에서 갖는 기대 ▲ 타인을 향한 애정 ▲ 사회 속의 고독 ▲ 복합적 성격의 유기체라는 특성 ▲ 아름다운 것에 대한 추구 등을 기록했다.

이러한 스토리는 변화무쌍한 박자를 근간으로 하는 다채로운 매스록 연주로 6곡(CD 기준)에 걸쳐 녹아들어 갔다.

됸쥬는 "우리 음악이 모든 이에게 한 번만 들어도 귀에 박히고, 따라부를 수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날이 갈수록 인간의 내면은 복잡해지고, 자기 내면을 알아채기 어려운 사회가 돼 가지 않느냐. 이런 세태일수록 우리 것 같은 '알 수 없는 가사'의 음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짚었다.

그는 "인류가 곤경에 처한 이유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과 시스템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을 할 때 행복해지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프네 역시 "음반의 설정은 이렇지만, 나는 앞으로 인간이 자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금까지 인류가 세대를 거듭해 왔듯이 이를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이번 앨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의 이름이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의 기도문 '키리에 엘레이손'에서 따 온 '키리에'인 것이 이해가 갔다.

이 같은 심오한 세계관과 스토리는 인디 밴드로는 흔치 않은 '해외 팬'도 생겨나게 했다.

이는 해외 투어의 성사로도 이어졌다.

밴드 코토바 "복잡한 박자도 언어…음악으로 쓴 인간 탐구 일지"
민서는 인터뷰 도중 태국 팬이 그려 줬다는 그림을 보여주며 "이 선물을 받고서 울었다"며 "앞으로 더욱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해외 투어를 해내니 성취감이 생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됸쥬는 "우리가 한국에서는 비주류 4차원 음악이지만 해외에서는 MD(굿즈상품) 팔리는 속도를 보니 꽤 괜찮겠다 싶기도 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해외 각지를 돌며 박수갈채를 받는 코토바 멤버들을 상상하자니 신보 수록곡 '키리에의 숲'의 한 소절이 떠올랐다.

'벌판에서 홀로 춤을 추고 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모여들었고…뜨거운 햇살과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나는 더욱 무아지경으로 움직였다.

'
"그 부분에서 중점을 둔 것은 인간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였어요.

춤을 추니 사람들이 알아봐 준다는 이야기죠. 살다 보면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조용히 살고 싶은 욕구가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됸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