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고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돈과 인력, 사업 아이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곳의 규칙을 알아야 한다. 이런 규칙을 규제라고 부른다. 보통 규제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보지만 필요한 규제도 있다. 이런 규제를 다루는 곳이 국회와 정부다. 한국에서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많이 개선되긴 했다. 하지만 규제는 여전히 기업 운영의 필수 변수다. 기업이 관련 규제를 담은 법령과 입법 동향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주로 로펌이 관련 정보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는 특정 업종을 대표하는 협회에서 대응했다. 그럼에도 기업은 규제에 대응하기 버겁다. 코딧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정지은 코딧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다.
김범준 기자
김범준 기자
정 대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출신 창업가다. 2011년 OECD 공채로 입사해 8년간 근무했다. OECD에서 30여 개국의 법안과 정책을 비교하는 업무를 하면서 관련 정보를 쉽게 제공하는 플랫폼을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렸다고 한다. 2020년 코딧을 창업했다. 코딧은 법안, 규제, 정책 정보 등 기업의 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코딧은 5000만 건 이상의 데이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기업 관련 법안 및 주요 이슈의 키워드를 자동으로 추출해 고객사가 필요한 정보만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 5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Q. 요즘 스타트업들이 힘들다고 합니다
A. 저는 경기가 안 좋을 때 창업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도 있었죠. 회사 경영을 보수적으로 했습니다. 사람을 급하게 많이 채용하지 않았어요. 투자금을 빠르게 소진하지도 않았고요.

Q. 코딧의 서비스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기업 고객 대상 법률와 입법 동향 정보 제공 서비스입니다. 고객이 가입을 하면 이슈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업과 관련 있는 것을 세팅하게 돼 있습니다. 관련 내용(입법, 국회 회의록, 정부 SNS 등)이 올라오면 고객사는 알람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당근 마켓의 경우에는 당근 알바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당근 알바와 관련된 법안이나 법 관련 이슈를 설정하는 거죠. 직업안정법 등 관련 법안을 모니터링하는 겁니다. 고객사와 상의해서 고객사가 원하는 키워드뿐만아니라 관련 있는 키워드까지 같이 찾아내서 알람이 가능하게 합니다.

Q. 단순히 키워드 설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도 필요한 서비스로 보입니다.
A. 그렇죠. 처음에 고객사와 키워드 설정할 컨설팅까지 합니다. AI를 통해 추천 키워드를 확인합니다. 그것을 정책팀에서 보고 어떻게 키워드 설정을 하면 좋은지 검토하죠. 긱 노동자 관련 이슈가 많으면 플랫폼 노동자 관련 법안을 설정하는 식입니다.

Q. AI가 어떻게 학습해 추천을 하나요?
A. 법안을 보면 대부분 주요 내용과 제안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내용들을 AI가 학습을 하는 거죠. 뉴스도 학습해서 관련 단어를 뽑아 냅니다. AI가 관련 뉴스와 유사 법안도 추천합니다. 챗GPT도 활용하려고 합니다, 당근 마켓과 관련된 최신 의안 몇 개, 당근을 언급한 의원이나 사람을 회의록에서 쉽게 찾는 거죠. 키워드 방식에서 좀 벗어나려고 합니다. 준비 중입니다.

Q. 전부 AI가 할 수는 없고 사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A. 저희 컨셉트가 테크 곱하기 엑스퍼티즈입니다. 전문가와 테크가 같이 가는 거죠. 국회에서 20년 동안 근무하셨던 분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국회 보좌관 출신도 있고요. 업계에서 대관 업무나 리서치 영역에서 연구원 활동을 했던 직원도 있습니다.

Q. 대관 업무가 필요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필요한 서비스 같습니다.
A.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벤처 창업가들이 관련 법이 뭔지, 어떻게 바뀌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걸 전부 세세하게 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해당되는 것들이 뭔지 구분해 놓은 다음에 세팅을 먼저 해놓고요. 거기서 좀 더 깊게 들어가는 방식으로 해서 규제 틀을 확인하는 서비스입니다. 트리 형식으로 대주제가 있고 그 다음에 상세한 것들을 계속 확인하는 거죠. 중기부 사업으로 관련 연구는 끝났고요. 이걸 제품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고객사 관련된 규제 또는 법령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이슈 카드로 만들어 내용이 바뀌면 알람을 주는 겁니다. 관련 특허는 냈습니다. 기획까지 끝났고요. 개발 단계입니다. 내년 초에 출시하려고 합니다.
“규제 환경에서 기업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죠”…대관 업무 혁신하는 코딧 [긱스]
Q. 규제를 개선하려는 정부와 협업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A. 정부 규제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과 몇 차례 미팅을 했습니다. 여러 논의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께서 어떤 킬러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관련된 규제들이 많거든요. 시행령, 시행규칙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어요. 그걸 다 찾기 어려워요. 별도 자료로 첨부되는 경우도 있고요. 코딧은 관련 데이터 학습을 통해 찾아낼 수 있죠.

Q. 정부 관련 문서 규모가 상당합니다.
A. 저희 CTO가 관련 서류를 전부 다운로드 받아서 디지털화했습니다. 엄청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국회 회의록도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관련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따로 프로그램도 만들었죠. 그런 데이터 확보 작업만 1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해외 기업이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못 합니다. 한국 법령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거든요.

Q. 정책 동향 뉴스 서비스도 인상적입니다.
A. 국회나 부처 관련 내용을 추렸습니다. 관련 알고리듬을 적용했죠.

Q. 알람도 설정이 되나요?
A. 보통 관련 정보를 하루에 한 번에 모아서 알려줍니다. 처음에 관련 정보가 뜨면 바로 알람을 가게 했는데 알람이 너무 많이 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알람 받는 건 하루에 2번도 가능하고 일주일에 1번도 설정이 가능합니다. 단순 나열식이 아니라 포기 편하게 관련 정보를 제공합니다.

Q. 검색 기능도 인상적입니다. 정부의 의안정보시스템에서는 키워드 검색이 안 됩니다.
A. 관련 법안을 미리 찾지 않아도 단어 검색으로 필요한 법률을 찾을 수 있습니다

Q. 코딧 사용료가 궁금합니다.
A. 견적을 바탕으로 책정합니다. 그래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 고객사가 원하는 내용이 다릅니다. 국회 내용은 필요 없다는 고객사도 있고요. 추가하고 뺄 수 있는 내용이 좀 있습니다. 전부 다 이용하면 부가가치세 포함해서 월 330만원 정도 합니다. 가장 저렴한 형태 서비스 구성은 월 70만원 정도 합니다

Q. 가격 설정은 어떻게 했나요?
A. 뉴스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국내에서 월 80만원 정도 합니다. 저희는 뉴스에 알람 서비스도 있고 법안 관련 정보도 제공하죠.

Q. 다른 기능도 소개해주세요.
A. 실시간으로 영어로 번역이 가능합니다. 외국계 기업이 사용하기 편합니다. 한국의 특정 이슈에 대해서 미국이나 싱가포르 본사에서도 봅니다. 코딧 영어 서비스로 확인 가능하죠. 글로벌 기업이 코딧을 많이 씁니다. 예를 들어 해외 기업이 국내 화평법, 화관법을 봐야 하고 다른 환경 관련 규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해외 기업 본사에서 그런 분야를 전문 담당자가 있습니다. 그런 기업에서는 한국팀, 미국팀에서 코딧을 같이 보는 거죠.
“규제 환경에서 기업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죠”…대관 업무 혁신하는 코딧 [긱스]
Q. 고객사 규모가 궁금합니다
A. 최고 수준(월 300만원)으로 쓰는 기업은 34곳 정도 있습니다. 라이트하게 사용하는 고객사는 50개 정도고요. 무료 서비스를 사용하는 업체는 1000개 정도 됩니다.

Q. 매출은 어떤가요?
A. 올해 10억원 정도 할 것 같고요. 작년에 3억원 정도 기록했습니다.

Q. IT 서비스로 창업 3년차로 10억원 매출이면 괜찮은 실적 같습니다.
A.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죠. 직원 수를 감안해보면 괜찮은 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에 정부와 입법 관련 규제 영향 평가 협업도 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A. 국회의원과 정부가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 평가하는 겁니다. 우선 기초적으로 법안의 규제 영향 평가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작성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넣어야 하는 정보들이 있잖아요. 관련 정보가 해당 법안에 들어가 있어요. 이걸 자동으로 뽑아서 반영합니다. 그걸 평가하는 사람이 쉽게 규제 평가하게 돕습니다. 지금은 개발 단계이지만 해당 법안의 규제 영향 정도를 분류해 12가지로 나눠서 보여주고 법안 통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려고 합니다. 나이스기업평가 정보, 뉴스 등 AI가 학습해서 어떤 기업에 영향을 줄지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죠.

Q. 기업 대상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있지만 정부의 디지털 전환에도 도움이 되네요.
A. 맞습니다. 제가 현재 디지털풀랫폼정보위원회의 '거브 테크'라는 분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저희 서비스를 사용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서비스는 SaaS 방식으로 구동합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사용 제한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과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수십년 간 정부가 구독해서 쓰고 있긴 합니다. 다른 국가에도 수출할 수 있는 서비스고요.

Q. 국내에 없는 서비스라서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이 많은 것 같습니다.
A. 할 것이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하지만 개발자, 디자이너, PM 등 해온 사람들은 이 분야를 어렵게 느낍니다. 그래서 뭔가 재미있고 도전적인 분야인데 사람을 모으기 어렵네요. 이런 서비스는 깊이 고민을 해야하고 관심도 있어야 합니다. 개발 능력도 있고 이 분야에 관심도 있는 인재를 채용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속도만큼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하기도 합니다.

Q. 또 어떤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까요?
A. 특정 법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하는 의원을 분석해서 특정 사안에 대해 기업과 같이 고민해 줄 사람(정치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Q. 현안이 궁금합니다.
A. 글로벌 진출입니다. 우선 일본 시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벽에 세계 지도를 설치한 것도 시각적으로 해외 진출 고민을 더 했으면 해서 그런 겁니다. 한국 SaaS 중에 글로벌 시장에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어요. 외국 서비스를 많이 쓰지만 역으로 한국 서비스가 해외에 나간 경우도 없고요. 일본 데이터는 이미 다 가져왔습니다. 일본 진출하려는 기업이 참고할 수 있고요. 일본의 경우에는 한국의 의안정보시스템보다 낙후돼 있어요. 한국 법령 데이터는 정말 괜찮은 수준이고요. 디지털 전환하는 것만으로 승산이 있어요. 번역 엔진 고도화하고 있어요. 유럽 법령에 미국은 일단 주요 주의 법령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요. 일본, 미국, 유럽이 우선 타깃 국가입니다.
“규제 환경에서 기업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죠”…대관 업무 혁신하는 코딧 [긱스]
Q. 해외 진출 로드맵이 있나요?
A. 일본은 시작했고요. 12월에 일본에서 베타 서비스가 나옵니다.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겁니다. 국내 법과 해외 법을 비교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AI 법안을 국가별로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Q. 추가할 서비스도 궁금합니다.
A. 코딧 쓰는 분 중에 대관 업무로 외부 활동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 위해 관련 자료를 정리해서 이슈별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한 곳에서 관련 자료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구상 중이고요. 현안이 많아 이것저것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다 보면 필요할 때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거든요. 업무 툴과 비슷할 겁니다.

Q. 회사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코딧이 가는 길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긴 합니다. 창업 계기는 돈 버는 것과 관계없이 '이제 이런 것이 필요하겠다' 싶어서였습니다. 제가 OECD에 있을 때 35개국을 비교해보니 규제가 모든 나라의 문제였습니다. 그 데이터가 제대로 안 돼 있고 정부는 공개를 안 하고요. 관련 데이터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되고요. 사실 법이라는 것이 굉장히 많은 사람한테 영향을 미칩니다. 법이 바뀌면 이걸 제대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술이 분명히 도와줄 수 있다고 판단했고요. 관련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어서 창업했지만. 대표가 되고 보니 돈 버는 것도 중요하고요. 돈이 안 되는 건 지속 가능하게 할 수가 없고 돈이 벌린다는 이야기는 이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죠. 여기에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프로덕트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겁니다. 저도 생각이 바뀌면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것은 정말로 '와우'가 일어나는 이 분야에서 뭔가 '와우'가 일어나는 것이 뭐지 찾아가는 겁니다. 그러면 저희 서비스에 대한 구독이 따라온다고 보고요. 저희가 사실은 목표하고 있는 미션은 돈 많고 대관 직원이 많은 기업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작은 기업도 알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규제 리스크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규제가 풀렸을 때 사업 기회도 생기거든요. 지금은 대부분 기회가 다 지나간 다음에 아는 경우가 많아요. 비싼 비용이 아닌 상황을 만들고 싶어요. 해외 진출에서도요. 많은 기업에 기회를 주고 싶어요. 그것을 위해서 더 쉽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내년 5월에 나올 챗코딧도 그래서 중요하고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