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보조 제동등 점등 여부 파악 위해 영상 검증 진행키로
제조사 측 보완 감정 받아들여 페달 조작·RPM 저하 원인도 분석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브레이크 밟았다" vs "안 밟았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재판부가 추가 감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2시 40분께 차량 운전자 A씨와 그 가족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6천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사건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차량 후미에 보조 제동등이 들어왔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며 내년 1월 30일 검증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원고(운전자) 측에서 '모닝 승용차 추돌 전 좌회전을 위해 신호대기할 때는 보조 제동등이 들어오지만, 모닝 추돌하기 전부터 추돌 이후 상황에서는 보조 제동등이 명확히 점등되는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만큼 별도의 감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제동등 점등과 관련해 피고(제조사) 측에서는 사고기록장치(EDR) 기록을 근거로 "A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원고 측은 "EDR 기록을 신뢰할 수 없으며, 30초 페달을 착각하는 건 불가능하고, 사고 당시 보조 제동등은 이미 고장 난 상태였다"며 반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피고 측의 보완 감정 신청을 받아들여 진행하기로 했다.

피고 측은 보완 감정을 통해 모닝 추돌 이후 차량이 계속 가속한 건 A씨가 가속 페달을 조작했기 때문이라는 점과 모닝 추돌 직전 분당 회전수(RPM)가 급격히 떨어진 원인은 차량 결함 때문이 아니라 기어가 중립(N)에서 2단으로 변속됐기 때문이라는 점 등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재판에 앞서 고(故) 이도현 군의 아버지이자 운전자의 아들인 이상훈 씨는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제정을 촉구했다.

이씨는 "도현이 사고를 단초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급발진 사고 시 결함 원인을 제조사가 밝힐 수 있도록, 더는 제조사가 방관하고 묵과하지 않도록 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60대 A씨가 손자 도현 군을 태우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도현 군이 숨졌다.

A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서 A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빗발쳤다.

또 A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도현이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앞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던 A씨에 대해 지난 10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브레이크 밟았다" vs "안 밟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