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잡은 한·일·중 외교 > 26일 부산 우동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왼쪽), 왕이 중국 외교장관(오른쪽)과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 손잡은 한·일·중 외교 > 26일 부산 우동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왼쪽), 왕이 중국 외교장관(오른쪽)과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중 외교장관이 26일 3국 정상회의를 조속히 개최하기로 하면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날 한·중 외교장관은 북핵 문제 등은 원론적 의견을 주고받는 데 그쳤지만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 등에선 의견을 같이했다. 3국 정상회의 개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국, 실질적 협력 추진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장관은 이날 외교장관회의에서 인적 교류, 과학기술 및 디지털전환, 기후 변화, 보건·고령화, 경제통상, 평화안보 등 6개 분야에서 3국의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인적 교류와 감염병 예방, 대기오염 대응 등 3국 정부가 이견 없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국 국민에게 직접적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3국 협력 제도화를 위한 최종점은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라고 했다. 이어 “정상회의 개최와 3국 협력 복원 정상화에 대해선 왕 장관도 여러 번 강력히 지지했다”며 “방향성에는 중국도 같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얼어붙은 한·중 관계 풀리나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가 서먹해진 한·중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3국 정상회의에 총리가 대표로 참석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 총리를 만나면 다음 수순은 시 주석과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지난 16~18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양국 정상이 3분가량 악수한 뒤 담소하는 데 그치면서 한·중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 방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대가 있고 계속 소통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시 주석 방한에 대해 “한·일·중 정상회의를 먼저 하고 나서 그다음 수순으로 저쪽에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국은 북한의 잇단 도발과 탈북민 북송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는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로 나오는 게 한·중의 공통 이익”이라며 이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이에 왕 장관은 “중국은 한반도 상황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며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탈북민이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왕 장관은 중국의 원칙적 입장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불법체류자로 간주해 북한에 강제 송환하고 있다. 왕 장관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남북군사합의 가운데 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경제협력에 대해선 한·중 관계 발전에 경제협력이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는 데 공감하고 협력 수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중국 내 한국 기업의 활동 보호, 게임·영화 등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왕 장관은 박 장관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지지 요청에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장관에게 공식적으로 방중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일·중 3국 외교장관 만찬과 기자회견은 왕 장관의 일정을 이유로 무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의 분위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부산=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