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도 시장의 선물(GIFT)
이달 초 아시아증권포럼(ASF)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 뭄바이를 방문했다. 출발 전에 주위에서 겁을 많이 주길래 약도 준비하고, 걱정도 많이 하면서 갔는데 막상 가보니 지나친 걱정이었다. 뭄바이는 18세기에 시간이 멈춘 듯한 상점들과 21세기 첨단을 달리는 결제 시스템이 공존하는, 아주 재미있고 진기한 도시였다. 역동성과 역사적 계승이 교차하는 이색적인 느낌이랄까.

뭄바이에서 만난 택시기사나 식당 종업원들은 놀랍도록 영어에 능숙했다. 현지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한결같이 인도의 강점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이 ‘양질의 젊은 노동력’이었다. 역사적으로 수학이 발달한 나라라서 그런지 고급 정보기술(IT) 인력이 많아 저비용으로 업무 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를 선두로, 인도는 첨단화와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100여 개 도시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건설 계획이 이행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사회기반시설(도로, 교통, 고속통신망, 에너지 발전소 등) 건설을 위해 해외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고 나섰다. 이 중 구자라트주에 있는 ‘GIFT(Gujarat International Finance Tec) 시티·구자라트 국제금융 기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주목해봐야 한다. 기프트시티는 금융 및 IT 분야 기업을 유치하고, 해외 금융거래 경제특구(SEZ)를 조성해 홍콩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국제 금융허브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구글이 이곳에 글로벌 핀테크운용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을 볼 때, 기프트시티는 핀테크 허브로서 위상이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만난 인도인들은 한국에 무척 호의적이었다. 한국 문화에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이 인도와 여러 분야 협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대목으로, 양국 간 활발한 교류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토양이라고 본다.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넥스트 차이나’로 부상하고 있고, 투자 대상국으로서 세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프트시티에서 볼 수 있듯이 인도 정부는 금융시장 성장을 지원하는 경제 인프라 구축 및 정책적 지원을 빠르게 추진 중이며, 외국인 규제 완화 등 여러 가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의 성공 사례는 아시아에서 금융허브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주요 도시에도 귀감이 된다. 현시점에 왜 방향성과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한지,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