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마크 버튼 교수, 경찰청 주최 콘퍼런스서 기조연설
경찰, 사기범죄 컨트롤타워 '사기정보분석원' 설립 추진
"사기범죄 70%가 국경 초월…공동대응 위한 국제조직 세워야"
국경을 넘나드는 지능적 사기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국가 간 공조수사를 이끌 수 있는 별도 국제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포츠머스대학 사기방지연구소장인 마크 버튼 교수는 13일 경찰청 주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1회 사기방지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초국경 사기범죄 규모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런던 경찰은 영국 내 사기범죄의 70%가 국외에서 기원했거나 국제적으로 엮여있다고 본다.

유럽은 비대면사기 전체 규모가 12억8천만유로(약 1조8천억원)에 달하며 이 중 68%가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정부 사칭 유형의 전화사기가 갈수록 증가해 자국민 피해액이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넘어선 가운데 해당 전화가 걸려 오는 콜센터가 주로 동남아시아나 인도에 근거지를 둔 것으로 파악된다.

초국경 사기범죄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범죄인 인도 요청과 국제지명수배가 있다.

영국에서는 2018∼2022년 이뤄진 범죄인 인도 요청 총 166건 가운데 사기범죄 관련 사건이 16건으로 10%를 차지했다.

인터폴 웹사이트상 확인되는 국제지명수배는 올해 9월 기준 총 6천918건이고 이 중 사기범죄는 164건이다.

버튼 교수는 자산동결과 같은 제재 수단이나 인터폴 공조수사를 통해 국제적인 사기범죄에 대응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터폴의 일부이든 유엔의 새로운 기관이든 국경을 넘나드는 사기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풍부한 자원과 보호망을 갖춘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조직을 통해 각국의 사법기관과 주요 민간기업을 모아 효과적인 범죄 억제 수단을 논의하고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사기범죄 동향 관련 최신 지식을 갖출 수 있게 훈련·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전문적인 공동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범죄 조직을 형사 처벌할 수 없다면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자산 동결·몰수, 여행 금지 등의 제재 수단을 동원하고 악성코드 공격 등 조직을 와해하기 위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기범죄 70%가 국경 초월…공동대응 위한 국제조직 세워야"
경찰청은 국제 공조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기범죄에 통합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사기정보분석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분석원 설치 근거를 담은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안이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주도로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분석원이 설립되면 영국 사기정보분석국(NFIB)이나 싱가포르 사기방지센터(ASC)와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된다.

당초 특정 사기범죄에 대해 사법경찰관이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법안 초안에 담겼으나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일부 의견으로 인해 빼는 쪽으로 수정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준배 경찰대학 교수는 콘퍼런스 이틀째인 14일 주제발표를 통해 사기범죄는 사전 예방이 최선인 만큼 범죄의지 억제 차원에서 사기방지기본법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