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아파트에 청약할 때 내가 몇 동 몇 호에 살고 싶다고 해서 그 집을 고를 수 있나요? 아니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주택형을 선택합니다. 물론 105동 1001호에 살고 싶었는데 104동 101호에 걸릴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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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택형을 고를 때 크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판상형과 탑상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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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판상형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거실과 침실을 나란히 두는 게 특징이에요. 당연히 창문도 같은 방향이죠. 주방은 이렇게 거실과 마주보는데, 아무래도 실물로 보는 게 이해하기 편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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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미니맵을 참고하면서 보시기 바랍니다. 판상형의 거실은 이렇습니다. 아이들 방과 같은 방향으로 거실창이 났죠. 보통 모든 창문이 남향이다 보니 판상형의 채광이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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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돌면 이제 주방입니다. 잘 보시면 저기에 창문이 있어요. 거실 창문과 마주보기 때문에 통풍이 잘 됩니다. 이걸 맞통풍 구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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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탑상형을 좀 볼까요. 타워형이라고도 하죠. 아까 판상형을 그냥 옆으로 세워둔 거 아냐? 네, 아니에요 ^^;; 옆으로 돌려보면 딱 알 수 있습니다. 안방과 작은방 창문들이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죠. 집이 거실을 기점으로 꺾여 있고 주방이 거실과 이어지는 게 탑상형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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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실물로 보죠. 복도를 쭉 걸어들어가면 먼저 주방이 나오고요. 주방이 거실과 이어져 있습니다. 거실을 잘 보시면 창문이 양쪽으로 났어요. 이걸 이면개방, 혹은 양창이라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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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방 들어갈 건데 복도가 기니까 탑상형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생활공간이 분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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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에선 판상형의 인기가 더 좋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 그래서 틈새전략으로 탑상형을 노리라는 얘기도 하죠. 과연 인기가 얼마나 다른 걸까요, 집코노미에서 투표를 해봤어요. 독자 2만분이 참여해주신 설문인데 결과가 압도적입니다. 왜 이렇게 판상형이 더 좋다고 하는 걸까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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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불가 무조건 판상형이다. 판상형은 일조권을 독점하는 구조고 타워형은 건설사들의 이윤과 판상형의 단조로움 때문에 나온 구조다'라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우리가 예전엔 아파트를 一자로, 성냥갑으로 지었잖아요. 이게 하도 문제가 되니까 슬슬 아파트를 T자로, ㄱ자로 꺾습니다. 그럼 이 꺾이는 구간에도 뭔가 집을 만들어 팔아야 하잖아요. 탑상형은 이 구간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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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맞통풍 되는 창문 봤지만 판상형은 환기 좋다는 얘기도 나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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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판상형은 전부 남향을 보는데 탑상형은 일부 방이 다른 방향을 보게 된다'는 댓글이 달렸는데요. 방마다 일조량에 차이가 있고 거주자들이 불편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탑상형에 흥부와 놀부가 삽니다. 아침에 안방에서 놀부는 꿀잠 자는데 작은방에서 자는 흥부는 창문이 동향이라서 더 자고 싶어도 깬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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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분들 의견 중에 정말 현실 조언도 있었는데요. 집에 손님 왔을 때 주방이 지저분하면 솔직히 그거 보여주고 싶지 않잖아요. '판상형은 거실에서 주방이 잘 안 보이는데 탑상형은 거실과 주방이 가깝다 보니까 난잡한 게 확 티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거 제가 실제로 건설사 직원분들에게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거실에서 주방이 잘 안 보이는 설계도 많이 적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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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탑상형에 투표하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장점은 개방감입니다. 아까 봤던 이면개방, 그러니까 양창 구조가 압도적인 개방감을 준다는 거죠. 이런 댓글도 있어요. '판상형 맞통풍? 그거 조그만한 창문으로 바람 얼마나 들어오냐, 탑상형 이면개방은 바람이 너무 쌩쌩불어서 문 안 닫히게 고임목을 받치고 산다ㅎㅎ' 물론 이면개방이 안 나오는 탑상형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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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시미관엔 판상형'이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사실 탑상형 설계가 적극적으로 적용되면서 성냥갑 구조의 아파트가 줄어들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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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적인 의견을 제시한 분들도 많았는데요. '판상형이 아무리 좋다좋다 해도 3베이라면 북향 방은 어둡고 습해서 곰팡이 핀다'면서 4베이 판상형-탑상형-3베이 판상형 순서를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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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Bay)라는 건 벽을 양쪽에 두고 구획이 나눠진 방을 말합니다. 이 공간은 만[Bay]으로 보는 거죠. 지금 보는 평면도는 베이가 하나둘셋넷, 4베이 판상형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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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판상형이 4베이만 있냐, 그렇지 않아요. 이 구조는 하나둘셋, 3베이죠. 그럼 방이 줄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작은방2는 위쪽으로 갔습니다. 앞서 댓글에서 어둡고 습하다는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판상형의 장점은 방과 거실이 같이 남향을 봐서 채광이 좋은 건데 3베이 구조에선 그렇지 않은 방이 한 칸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요즘 신도시 전용면적 84㎡에선 이런 구조가 거의 없지만 도심 재개발에선 종종 나옵니다. 땅이 워낙 이상하게 생기기도 했고 설계를 끝낸 게 오래전이라서 그렇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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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상형은 단점이 많아서 뷰가 더 좋은 곳에 배치한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대형 단지에서 아파트를 꽉꽉 채우다 보면 집과 집이 거의 겹쳐 있죠. 우리집 창문 열어도 보이는 건 뒷동 벽뿐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구조에서 모서리에 있는 탑상형들은 사선으로 뷰가 나오니까 조망권이 비교적 나은 거죠. 탑상형에 구조적 패널티가 많은 만큼 동호수 배치에서 밸런스 패치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판상형과 탑상형, 여러분은 어떤 구조가 마음에 드시나요. 오늘은 독자분들이 남겨주신 의견을 살펴봤습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이재형·조희재·정준영·신정아 PD
편집 이재형·신정아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