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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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사진)이 이끄는 벅셔 해서웨이의 7~9월 분기 보유 현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미국 경기 둔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보험과 철도, 유틸리티 등에 투자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이 증가하면 영업 이익은 약 40% 늘었다.

기업 지분 매각으로 현금 늘어

벅셔 해서웨이는 4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해당 기간 50억 달러 이상의 미국 및 해외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지난 1년 동안 벅셔 해서웨이의 상장 주식 매각액은 거의 4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주식 매각액을 포함한 벅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 규모는 약 1572억 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말 1474억 달러보다 7% 늘어났으며, 2년 전 1492억 달러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벅셔 해서웨이의 보유 현금에는 단기 국채 투자금액도 포함됐다. 벅셔 해서웨이는 채권 금리 급등에 따라 만기 3개월 미만 미 단기 국채에 투자했다. 단기 국채 투자 금액은 작년 말 약 930억 달러에서 지난 3분기 말에는 1264억 달러로 증가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자금은 늘고 있는 반면 기존 주식 투자금액은 대규모 미실현 손실을 봤다. 미국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결과다. 벅셔 해서웨이의 주식 포트폴리오 가치는 6월 말 3530억 달러에서 3190억 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9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애플의 주가가 12% 하락하면서 벅셔 해서웨이의 애플 지분 가치는 200억 달러 이상 쪼그라들었다.

다만 월가에선 벅셔 해서웨이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또다른 기업 인수 기회를 찾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벅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이자 버핏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WSJ)과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또 다른 대형 기업을 인수할 확률이 “최소 50 대 50”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벅셔 해서웨이는 2분기에 약 14억 달러의 주식을 환매한 후 3분기 동안에는 11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억만장자 투자자(워렛 버핏)가 회사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믿는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고금리로 보험 이익 증가

주식 투자에서는 손실이 컸지만 영업 부문에선 성공적이었다. 벅셔 해서웨이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0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6억 5000만 달러보다 40.6% 증가했다.
보험과 철도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벅셔 해서웨이는 보험 투자로 벌어들인 이자 수익이 3개월 동안 17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12개월로 기간을 늘리면 총 51억 달러 수준이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벅셔 해서웨이가 현금 보유액으로 벌어들인 이자 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액수다.

버핏은 평소 영업이익이 순이익보다 회사 실적을 더 잘 측정할 수 있는 지표라고 말하곤 한다. 순이익엔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의 미실현 손익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실적 보고서에서도 “지분 증권에 대한 투자손익은 일반적으로 실적을 이해하거나 운영 사업의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는 데 의미가 없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