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中 '관세 전쟁'…현대차 날았다
현대자동차 주가가 22일 10% 가까이 급등했다. 시가총액이 58조원에 이르는 ‘무거운 주식’이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미국이 쏘아 올린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움직임이 유럽연합(EU)으로 옮겨붙으면서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9.49% 오른 27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3.93%, 2.91% 동반 상승했다.

현대차 주가에 불을 붙인 것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2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 연설이다.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EU에 “함께 대응하자”고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과 EU가 전략적이고 일치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은 물론 전 세계 기업의 생존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강력한 동참 요구에 EU가 화답하면 유럽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 판매가 주춤해지는 만큼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때마침 EU가 작년 10월 시작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다음달 6일 마무리한 뒤 이르면 7월 초 잠정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다고 밝힌 것이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탰다. 시장에서는 현재 10%인 중국산 전기차 관세가 25~3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가 EU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지난해 유럽 시장의 19%를 차지할 정도로 ‘메인 플레이어’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산 자동차가 거의 팔리지 않는 미국은 초고율 관세를 부과해도 현대차가 얻을 반사이익이 미미하지만, 유럽은 다르다는 얘기다.

산업계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미·EU 대 중국’으로 확전되면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보는 업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U는 지난해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이어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의료기기, 주석도금 강판 등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신정은/박한신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