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소화기질환학회(DDW)의 셀트리온 부스를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오현아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소화기질환학회(DDW)의 셀트리온 부스를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오현아 기자
“미국 염증성 장질환 환자 30만 명 중 내년까지 15만 명(50%)에게 우리 신약(짐펜트라)을 공급하는 것이 내부 목표입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1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미국에서 출시한 피하주사(SC)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의 향후 매출 목표치를 4조5000억원으로 높게 잡은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 “짐펜트라, 4조원 블록버스터 될 것”

셀트리온의 올해 짐펜트라 예상 매출은 5000억원이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는 이미 3년 전 유럽에 출시한 제품으로 셀트리온은 유럽 염증성 장질환 항체치료제 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미국 환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약”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경쟁 약물은 대부분 정맥주사(IV)제형이어서 병원에서 수 시간 동안 투약받아야 하지만 짐펜트라는 SC제형이어서 집에서 자가 주사가 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유럽에서 짐펜트라(유럽제품명 램시마SC)가 불티나게 팔린 이유다. 서 회장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셀트리온의 미국 직접판매망은 ‘보병’, 각종 세미나 개최는 ‘포병’, 광고는 ‘공중전’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투’ 비유를 들었다. 그는 또 “오는 7월 대대적인 TV·유튜브 마케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 대형병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개별 제품단위가 아니라 제품군별로 대량 공급을 협상하는 ‘번들링(결합) 판매’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5종이 출시되면 총 11종의 제품군을 갖추게 된다”며 “류머티즘 관절염, 장질환 관련 치료제를 모두 갖추게 돼 이 분야에서 세계 의료재정의 15~20% 시장을 확보할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 서정진, 美 의사 직접 만나 마케팅

서정진 "짐펜트라 하나로 매출 4.5兆 도전"
서 회장은 지난 2월부터 석 달 동안 미국에 체류하며 직접 발로 뛰면서 현지 영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시카고에서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고 애틀랜타를 경유해 뉴올리언스로 가서 현지 의사들과 점심 미팅을 하고 다음날 자동차로 3시간 이동해 의사들을 만난 뒤 다시 내슈빌로 건너가 현지 미팅을 소화했다”며 일부 일정을 공개했다. 하루에 최소 4개 병원을 돌고 40명의 의사를 만나, 한 달에 800명씩 연내 북미 전역 7500명을 만나는 것이 목표다.

서 회장은 “보통 도시락을 싸들고 의사 한 명을 만나기 위해 환자 대기석에서 기다린다”며 “의사가 점심을 먹는 사이 우리는 서서 발표한 뒤 남은 도시락을 먹는다”고 했다. 시가총액 40조원을 넘는 그룹 오너로서 미국 시장에서 사활을 걸기 위해 영업 밑바닥부터 다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고객(환자와 의료진) 목소리를 들으니 제품 개발 전략에 큰 도움이 됐다”며 “고객 역시 기업 오너가 즉석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니 높은 신뢰감을 보였다”고 했다.

서 회장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모두 먹는 약(경구) 제형으로 개발 중이며 스텔라라 임상 1상 결과는 상당히 좋고, 휴미라 임상 1상은 연내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R&D비용 부담으로 이중 한 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짐펜트라의 경우 하반기 미국내 추가 판매망 확보(PBM 등재)가 가능하고 류마티스관절염분야로 적응증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약개발은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주도하고 해외 영업은 서 회장 자신이 총괄하며, 경영 전반은 기우성 부회장이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고도 했다.

워싱턴DC=오현아/안대규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