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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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이 3개월 연속 감소해 3년4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지난달 외환당국이 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에 나서면서 달러를 대거 푼 영향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28억7000만달러(약 554조원)로, 9월 말(4141억2000만달러)보다 12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4218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8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달 외환보유액 수준은 지난 2020년 6월 4107억5000만달러 이후 3년 4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았던 2021년 10월 4692억1000만 달러에 비해 2년만에 563억4000만달러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이 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363원까지 오르면서 환율 방어를 위한 개입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 조치에는 한은과 국민연금공단 사이 외환 스와프 협약에 따른 달러 공급도 포함된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지난달 미국 달러화지수가 0.1% 하락하는 등 달러화는 소폭 약세를 보였다. 다만 달러화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중국과 호주 등의 기타통화가 달러화 대비 평가 절하(가치 하락)되면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했다.

자산별로는 국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3699억8000만달러)이 56억1000만달러 줄었고,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특별인출권(SDR·147억7000만달러)도 3000만달러 감소했다. 반면에 예치금(188억7000만달러)은 14억7000만달러 늘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9월 말 기준(4141억2000만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지난 8월말 기준 홍콩에 8위 자리를 내준 이후 순위가 유지됐다.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외환 방파제'가 훼손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ssessing Reserve Adequacy·ARA)는 적정 기준인 100~150%를 하회하는 97.0%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단기외채, 통화량, 수출액, 포트폴리오 및 기타투자 부채 잔액을 기반으로 산출한 국가별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보조지표다. 지난해 말에 비해 최근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이 지수가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IMF는 이 지표를 포함해 각국의 외환정책, 순대외자산 규모 등을 평가해 국가의 외환건전성을 판단한다"며 "IMF는 한국의 외환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도 최근 연례협의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ARA는 신흥국 시장(이머징 마켓) 구조에 주로 사용되는 도구"라며 "한국 보고서에 올해부터 ARA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