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든 국가의 최적 파트너…TIPF·EPA로 통상중추국 자리매김"

FTA 효과 약화? 한국 통상전략은…통상본부장 "공급망 다변화"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 흔들리는 자유무역 체제와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경제 요새화' 현상을 돌파할 한국의 통상전략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제시했다.

바이오, 디지털, 식량안보, 핵심광물 등 신(新)통상의제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과 경제동반자협정(EPA),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등을 체결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통상중추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이다.

안 본부장은 이날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위기, 한국의 통상정책' 주제의 특별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특강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는 역할을 상실하고, 한국이 세계 59개국과 의욕적으로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마저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열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통상정책을 이끌어온 안 본부장은 특강에서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취해야 할 통상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안 본부장은 "한국은 폭넓은 무역 네트워크와 함께 석유부터 반도체, 방산, 우주까지 전 분야를 망라한 제조역량을 갖고 있다"며 "수출 구조상 약 75%가 중간재에 치중하고 있어서 전 세계 모든 국가에게 가장 최적의 공급망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자산이 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이 같은 통상체제 비교우위 속에서 한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으로 EPA·TIPF 체결을 통한 통상연대 확대, 신흥국·개발도상국과의 신통상 의제 규범 수립·공급망 협력을 제시했다.

FTA는 시장 개방을 위해 양국이 상품 관세를 없애거나 낮춰 무역장벽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해 EPA는 자원과 에너지 등의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TIPF 역시 관세 협상을 배제한 채 실질적이 산업관계 심화를 추구한다.

FTA 효과 약화? 한국 통상전략은…통상본부장 "공급망 다변화"
그는 "이런 작업을 통해 한국은 기존의 중요 통상 파트너인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아세안 국가들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FTA 업그레이드를 통해 통상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바이오, 그린 등 신통상 의제를 확대해 그간 FTA 미개척지로 남았던 중동, 서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EPA·TIPF를 체결하고 연대를 강화해 글로벌 통상중추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월 타결된 IPEF 공급망 협정과 관련해서는 "산업이 다른 14개국이 참여했기 때문에 내용상 느슨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은 이 협정을 통해 단계적·전략적으로 각국과 공급망 협의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과 공급망 관련 대화(Supply Chain and Commercial Dialogue)를 운용하고 있고, 일본과도 비슷한 공급망 대화 체계를 확대하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싱가포르와는 '공급망 파트너십 이니셔티브'(가칭)를 통해 바이오경제, 반도체, 식량안보 등 양국의 특수한 수요에 맞춘 공급망 대화 체계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외 EU와도 공급망 협의체를 운영하고, 중국과도 공급망 협의체를 구축해 공급망 안정화 작업을 할 예정"이라며 "핵심광물, 디지털, 그린, 바이오 등에 특화한 공급망 협력체를 만들어 산업의 안정화와 공급망 회복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급망 회복 작업의 최종 목표는 '한국의 글로벌 통상 허브'다.

안 본부장은 "신흥 국가들의 기술과 자본, 인력들이 한국으로 모여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통상 투자의 허브가 되는 데에 역점을 두고 국내 투자제도와 외국인 투자 관련 정책과 제도들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