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줌인센터’는 이 지역의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엔지니어,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물을 ‘줌인(zoom in)’해 그들의 성공, 좌절, 극복과정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앞으로 줌인센터에 가능한 많은 주민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프리랜서’라는 단어에 대한 인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정규직의 맞은편에 서 있는 듯한, 일거리에 부침이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온도 차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자기 능력과 장점을 무기로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1인 기업가’로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인사이더는 “MZ세대 근로자의 거의 절반이 올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박기상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씨야는 이와 같은 프리랜서, 1인 기업가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퍼스널 브랜드 플랫폼’입니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다운타운에 있는 씨야 오피스를 찾아가 박 대표에게 1인 기업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갖춰야 할 자세 등을 들어봤습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사진 : 최진석 특파원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1994년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와 펜실베니아 주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제지회사 앤드리즈그룹에 입사해 9년간 일했습니다. 이곳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새로운 진로에 진입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경력을 거쳤습니다. 이베이에서 1년간 e커머스 부문에서 일했고요. 프리랜서 1인 기업가로 4년간 일했습니다. 외주 소프트웨어 개발, 컨설팅, 모바일 페이먼트 등을 주로 했습니다. 지식 기반 프리랜서인 거죠. 그러다 인텔에 입사해 1년간 VR(가상현실) 부문에서 일했습니다. 이후 링크드인으로 자리를 옮겨 4년간 일한 뒤 씨야를 창업했습니다.

Q. 씨야는 어떤 회사인가요?
A. 한마디로 정의하면 ‘퍼스널 브랜드 플랫폼’입니다. 현대 사회는 크리에이터, 프리랜서가 1인 기업인으로 거듭났습니다. 씨야는 1인 기업인들이 효과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마케팅 콘텐츠 추천을 해줍니다. 홍보도 돕고요. 이를 일일이 사람이 하지 않아도 운영되도록 자동화 솔루션을 구축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이런 내용으로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보세요’라고 그에 필요한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죠. 또한 보다 편리하고 쉽게 마케팅,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도 구비를 했습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이 맞춤형으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툴을 마련한 것이 특징입니다.

Q.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것이 창업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A. 매우 많은 기업 환경에서 다양한 업무를 했는데 그것이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백엔드부터 프론트엔드까지 전 부문에 걸쳐서 일했습니다. 또한 1인 기업도 운영했는데요. 그땐 하나의 업무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뭐든 다 해야 했습니다. 결국 그 경험이 링크드인에서 일할 때 도움이 됐고, 창업으로도 연결됐습니다. 특정 분야에서만 일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엔지니어에게 ‘모바일앱 만들어보라’고 주문하면 할 수가 없죠. 전 이것저것 다 해봐서 할 수 있었죠. 빅테크에선 한 우물만 파는 게 좋습니다. 높은 전문성으로 회사에 기여를 더 많이 하니까요. 승진에도 유리합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호기심도 많습니다. 자기 적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창업의 경우 ‘팔방미인형’이 경쟁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사진 : 최진석 특파원
Q. 씨야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A. 2020년에 ‘퍼펙트스톰’을 만났고, 이것이 씨야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저의 퍼스널 브랜드 플랫폼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았고요. 링크드인에서 일하며 개개인이 ‘1인 기업’이 되는 세상으로 미래 직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1인 기업을 위한 마케팅 시장에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무엇보다 저의 열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1인 기업을 4년간 해본 입장에서, 그때의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들을 지원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싶었고요, 이를 통해 미래의 직업 변화를 촉발하고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그 열정이 3년째 저를 이끌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요?
A.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1인 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자기 능력과 장점을 무기로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컸습니다. MZ세대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1인 기업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포브스는 2027년 미국에서 1인 기업가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제 ‘평생직장’ 개념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일한 만큼 벌고, 능력만큼 보상받고 싶은 것이 젊은 세대의 특징인데요. 이것이 창업, 1인 기업가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성형 AI’라는 똑똑한 비서 혹은 유능한 직원이 등장한 것도 1인 기업가 전성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보입니다.

Q. 씨야 만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A. 1인 기업, 프리랜서의 장점이자 단점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 업무는 물론 홍보, 마케팅, 결제 시스템 등 다양한 업무를 챙겨야 하는데요. 씨야는 이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자기 능력이 좋고 사업 아이템이 매력적이어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실제로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씨야는 여기에 필요한 홍보‧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합니다. 또한 씨야는 다양한 인종을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는데 다른 플랫폼보다 흑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많아 만족도가 높다고 하더군요. 씨야는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인종적 다양성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사진 : 최진석 특파원
Q. 현재 씨야에서 활동하는 1인 기업가는 몇 명인가요?
A. 5000여명입니다. 2027년에 1인 기업가가 전체 미국 내 경제활동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꾸준히 고객을 확보하고 씨야의 효과를 입증해서 보다 많은 1인 기업가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Q. 후배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2021년 1월 창업을 해서 현재 2년 9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창업하고 보니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버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예전에 데이팅 앱을 개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누군가가 저에게 창업 동기를 물어보면 “다양한 사람이 편하게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새로운 소통방식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오래 지나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사업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저 돈을 벌고 싶었던 겁니다. 제가 원하는 건 다른 데 있었습니다. 바로 1인 기업가를 지원하고, 그들의 성공을 도와주는 것이죠.
스타트업을 하게 되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옵니다.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열정이 식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진짜 원하지 않는 일이고,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은 일이라면 그만두고 싶어집니다. 결국 돈을 벌고 싶었고, 마침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게 돼서 시작했는데 돈이 벌리지 않는다면 포기하게 되는 것이죠.
창업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솔직하게 질문하세요. 정말 돈을 버는 것을 떠나서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가. 맞다면, 시작하세요.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