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념관' 건설공사 와중 위법 논쟁 계속…재판 속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카고 미시간호변의 국립사적지 잭슨파크에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 기념관(오바마센터)을 지으려는 구상이 우여곡절 끝에 가시적 진척을 보이고 있으나 건립 부지를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과 위법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시민단체 '프로텍트 아워 파크스'(POP)가 오바마센터 건립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오바마재단과 시카고시, 연방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3번째 소송의 심리가 전날 시카고 소재 미국 연방법원 제7 항소법원에서 열렸다.

앞선 소송에서 잇따라 기각 판결을 받은 POP는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공공부지에 오바마센터를 짓는 것에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며 "법원이 반복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항소법원 재판부에 "오바마센터 건설을 중단시키고 충분한 환경영향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오바마재단이 8만㎢에 달하는 유서깊은 시민공원 잭슨파크를 차지한 것은 (자연자원을 양도불가능한 공적 재산으로 인정한) '공공신탁이론'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POP는 근대 조경의 대부이자 현대 도심 공원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1822~1903)가 설계한 역사적 가치의 잭슨파크를 시카고 시와 시카고 공원관리국이 오바마재단에 99년간 단돈 10달러(약 1만3천 원)를 받고 빌려주기로 한 계약은 무리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바마센터 건립 프로젝트가 잭슨파크의 오래된 나무들을 위기에 빠뜨리고 연례 철새 이동에 방해가 될 뿐아니라 시카고 남부의 주요 도로 4개를 막아 교통혼잡과 주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시카고 시 소송 대리인 엘리자베스 티셔 변호사는 "원고의 주장은 앞서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았다.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없다"면서 "오바마센터는 대중을 교육하고 영감을 주며 지식과 이해를 증진하려는 귀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 당국으로부터 도로 폐쇄 및 공원 부지 재구성에 대한 계획을 승인받았다"면서 "연방 당국자들은 오바마센터 건설과 인근 도로 개편이 주변 환경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바마센터 건설 공사로 인해 도로가 녹지로 전환돼 공공이익을 창출할 것이고 이 계획은 2016년 개정된 일리노이주 박물관법을 준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POP 소송 대리를 맡은 시카고대학 법대 석좌교수 리처드 엡스틴은 "오바마센터 건립 사업 관련 결정은 내가 목도한 가장 나쁜 형태의 '정치적 묵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센터 건설 사업과 관련한 부지 용도 변경·조례 개정·정부 기금 지원 등은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닌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현 주일 미국 대사)이 시장 재임 당시 추진했다.

POP는 오바마 측이 국립사적지 잭슨파크 대신 잭슨파크의 서쪽에 인접한 슬럼화된 흑인 밀집지구 '워싱턴파크'에 오바마센터를 짓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주장이다.

워싱턴파크는 잭슨파크와 함께 최종 후보지에 올랐던 곳이다.

재판부가 이번 심리를 토대로 서면 판결을 내놓을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그때까지 오바마센터 건립 공사는 계속될 수 있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POP는 항소법원이 소송을 기각할 경우 연방 대법원까지 갈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바마재단 측은 오바마센터 건립에 최소 8억 달러(약 1조800억 원)가 소요될 전망이며 2년 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센터는 역대 미국 대통령 기념관 전례를 깨고 미 국립기록관리청(NARA)에 속하지 않은 민간시설로 설립·운영될 예정이며, '차세대 사회운동가 양성소'를 목표로 한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때인 2015년 잭슨파크를 기념관 건립 부지로 선정·발표했다.

퇴임 후인 2017년 착공해 이르면 2020년, 늦어도 2021년 문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립사적지 보존법(NHPA) 및 국가 환경정책법(NEPA) 위반 논란, 시민단체의 소송,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퇴출) 우려, 지역사회와의 갈등, 설계안 무단 변경, 연방정부의 환경 영향 평가 등에 제동이 걸려 좌초 위기까지 갔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틀 만에 환경 당국의 승인이 떨여져 지난 2021년 9월 '첫 삽'을 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