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있다. 반대매매 위기에 놓인 계좌 수는 지난달에 비해 세 배나 급증했다. 하한가 사태로 거래가 정지된 영풍제지 거래가 재개되면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고 하락폭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한가 더 쏟아지나…담보부족계좌 3배 폭증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한국투자, NH, 하나, 메리츠, 대신 등 다섯 개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 수는 1만2112개로 조사됐다. 지난 9월 20일 4262개에서 약 세 배로 증가했다. 증권사에서 신용융자로 돈을 빌렸다가 반대매매 위기에 놓인 투자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담보부족계좌란 개인 계좌의 총자산과 증권사로부터 투자를 위해 신용융자 등으로 빌린 자금의 비율이 증권사가 정한 담보 비율보다 낮아진 계좌를 말한다. 이 비율은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정하는데 통상 140% 미만이다. 담보부족계좌는 증권사가 정한 기한 내로 담보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거래일 오전에 반대매매가 나가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국내외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 담보부족계좌 역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 부진으로 담보가 부족해지고, 다시 반대매매로 증시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풍제지·대양금속의 거래 정지가 풀리는 것도 변수다. 이날 금융당국은 26일부터 두 종목의 거래를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이 반대매매로 영풍제지 미수금 4943억원을 회수하겠다고 한 만큼 반대매매가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의 모회사인 대양홀딩스가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DB손해보험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만큼 주가가 하락하며 반대매매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 국채 금리 상승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됐다”며 “국내 증시는 여기에 반대매매로 인한 수급 교란이 더해지며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반대매매 후폭풍이 잦아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는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14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은 20일부터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했지만 이날 순매수로 돌아섰다. 신용융자 잔액이 최근 감소세인 점도 반대매매가 소화되며 증시가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잔액은 지난달 20일 20조1989억원에서 이달 23일 18조2268억원으로 한 달 새 2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가 줄었다는 것은 악성 매물이 소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증시 반등이 가까워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