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한경 인터뷰에서 적극적인 규제 완화 의지를 밝혔다. 정부 내 대표적 규제 부처 장관이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탈규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갑고 신선한 일이다. 특히 화학물질 관련 규제에 대해 “관련법 개정 전이라도 시행령이나 고시로 풀 수 있는 것은 먼저 풀겠다”고 말했다. 2015년 도입된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킬러 규제’로 꼽기도 했다.

이 중 화평법은 유럽연합(EU)의 화학물질 등록 평가제도인 리치(REACH)를 참고해 도입했는데도 신규 물질 등록 기준을 EU의 1t보다 훨씬 적은 0.1t으로 정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독소 조항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두 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연내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장관은 환경부가 지난해 ‘반도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 관한 특화고시’를 바꿔 규제를 완화한 사례를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바이오 등에도 적용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법 개정만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40년 전 도입돼 획일적 기준에 따라 이뤄져 온 환경영향평가를 손보겠다는 한 장관의 발언도 눈길을 끈다. 환경오염 저감기술을 평가 과정에서 반영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사업은 평가를 간소화한다는 것인데,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얼마나 속도감 있게 제도 개선을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또 넷제로(탄소중립)를 위한 부문별 감축 목표치 조정, 중단된 댐 건설 재개 등 환경부 소관 사업도 크게는 규제 개혁이라는 범주에서 추진할 정책 과제들이다.

그동안 정부 내 일부 부처에선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거대 야당과 국회를 탓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하지만,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만 탓하기에는 우리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 규제 부처인 환경부까지 달라지겠다고 나섰다. 윤 대통령 말이 아니더라도 모든 부처가 산업부가 되고, 장관은 영업사원이 돼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는 데 매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