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보면 인구·건물 빽빽한 도심은 '방어자 천연요새'
시가전 자체가 '참혹'…"가자도 대형참사 불가피"
"이스라엘 승리 예상되지만 전투 이기고 전쟁 질 수도"
[이·팔 전쟁] '죽음의 시가전' 공포…모술·마리우폴 수만명 사망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민간인이 밀집한 시가전 상황에서 큰 인명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이라크 모술 전투,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전투 등 최근 비슷한 시가전 사례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이 이길 수는 있지만, 이스라엘군 병력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엄청난 희생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조명했다.

가자지구처럼 높은 건물이 밀집한 도시의 시가전은 방어자에게는 '천연의 요새'로서 통상 공격자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전장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과 가장 연관성이 큰 사례는 이라크가 이슬람국가(IS)로부터 모술 시를 탈환하기 위해 2016∼2017년 벌인 모술 전투다.

인구 약 210만명의 모술에서 277일간 지속됐던 모술 전투의 사상자 규모는 정확히 밝혀진 적이 없다.

하지만 AP통신에 따르면 매장 기록 등을 근거로 9천∼1만1천명의 민간인이 전투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시가지의 많은 부분이 폐허로 변했다.

위험성 컨설팅기업 '르 벡'의 정보 책임자인 마이클 호로비츠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파괴하려 할 경우 가자지구 전체가 모술과 같은 전장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정말로 대규모의 민간인 희생자와 피해가 나온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라크 군경은 자국민 민간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지만, 가자지구의 이스라엘군은 사정이 판이하다.

이미 가자지구에서 4천여명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항의 시위와 정전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다.

안보 컨설턴트인 패트릭 오스굿은 모술 전투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에 대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그들(이라크군)은 자국 영토를 해방시키고 있었다.

가자지구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팔 전쟁] '죽음의 시가전' 공포…모술·마리우폴 수만명 사망
작년 2∼5월 벌어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전투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맞이할 무서운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당시 러시아는 제공권을 장악해 45만여 인구의 마리우폴을 수개월 동안 폭격했다.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군은 전투 이전에 러시아군의 침공을 예상하지 못했고 무기 등 물자도 비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러시아군은 장성급만 최소한 2명이 숨지고 민간인 희생자도 우크라이나 측 추산에 따르면 수만 명에 달하는 큰 인명피해를 내면서 거의 석 달 만에 가까스로 마리우폴을 함락시켰다.

이에 비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수년간 가자지구에 방대한 규모의 미로 같은 지하 터널망을 구축해 요새화했다.

이란도 대전차 유도미사일 등 정교한 무기를 하마스에 제공해왔으며, 우크라이나전에서 드러났듯이 소형 무인기(드론)도 이스라엘군이 내세우는 전차 등 기갑전력에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스라엘군이 모술 전투의 이라크군, 마리우폴 전투의 러시아군보다 훨씬 더 유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스라엘군이 전투에서는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퇴역 미 육군 대령인 조엘 레이번은 이스라엘군에 어떤 면에서는 모술 전투보다 훨씬 쉬운 전투가 될 것이라며 "결론은 기정사실이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전술적으로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이스라엘군이 '전투에선 이기더라도 전쟁에선 지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는 "시가전은 매우 느리고 질질 끌면서 큰 비용이 든다.

그걸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특히 방어자가 시가전에 대비할 시간이 있는 경우 시가전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시간이 많지 않다.

30만명 이상의 예비군을 동원한 이스라엘군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면 국제사회의 정전 압력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스라엘군이 빨리 작전을 마치도록 압박받을수록 민간인 희생자와 가자지구 인프라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미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INEP)의 마이클 나이츠는 지적했다.

에드워드 스트링어 전 영국 공군 중장은 "모든 중화기를 사용해 보복 차원에서 가자지구를 폐허로 만들어 이스라엘의 우방들이 "우리가 이 짓을 도대체 무슨 수로 감싸주나'라고 생각하고 적들이 더 단결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현명한 행위는 아니다"고 경고했다.

[이·팔 전쟁] '죽음의 시가전' 공포…모술·마리우폴 수만명 사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