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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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연 5.0%를 돌파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다고 발언한 영향을 받았다.

19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5시쯤 연 5.001%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5% 선 위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미 국채금리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잠시 떨어졌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려들면서다.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소매 판매 등 고용지표와 소비지표가 모두 강하게 나오면서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 지난 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3000건 감소한 19만8000건으로 올해 1월 이후 최저치였다. 9월 소매 판매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추정치인 0.3%를 웃도는 0.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파월 의장의 발언이 불을 붙였다. 그는 이날 뉴욕 경제클럽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며 “인플레이션이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저와 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을 2%로 지속할 수 있게 낮추기 위한 노력에 있어 단합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온 데다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재확인하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자 국채금리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추가 금리 인상은 쉽지 않더라도 현 수준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져서다.

미 국채 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 규모를 늘렸다.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뛰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나단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으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될 것”이라며 경제 둔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면 모든 자산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몇 주 동안의 금리 상승세는 금융 자산들의 가치에 더 광범위한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Fed가 이렇게 오랜 기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경제는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리안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