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세 번째)이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세 번째)이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주년(10월 27일)을 앞두고 삼성 반도체 사업의 태동지인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를 전격 방문했다. 총 투자액이 20조원에 달하는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혁신과 기술 리더십, 선행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10월 25일)를 맞아 반도체산업을 일으킨 이 선대회장의 집념과 결단을 기리는 동시에 ‘반도체 초격차’ 의지를 대내외에 알린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기흥·화성 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경영진 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사장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첨단 공정 개발 현황, 기술력 확보 방안, 공급망 대책 등 주요 현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14개월 만에 또다시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반도체 R&D를 직접 챙기고 ‘반도체 초격차’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입해 짓는 차세대 반도체 R&D단지는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이 회장은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의 기흥캠퍼스 현장 경영은 이 선대회장 3주기를 앞둔 시점이라서 더욱 의미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사업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이 선대회장이 과감한 결단과 집념으로 일군 국가 핵심 사업이다. 기흥캠퍼스는 삼성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곳으로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등을 이뤄낸 ‘반도체 성공 신화’의 산실이다.

이 회장은 이날 반도체 전략을 점검한 뒤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추모 음악회엔 이 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삼성 사장단과 지역주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신예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추모음악회 참석에 대해 “한국 반도체산업을 일군 이 선대회장의 업적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위기를 넘고자 했던 기업가정신을 기리는 의미”라며 “문화·예술 인프라 육성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했던 선대회장의 의지를 계승해 나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