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급등에…원·달러환율 7.8원 올라 [한경 외환시장 워치]
원·달러 환율이 8원 가까이 오르며 1360원대를 넘봤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9%를 넘긴데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80전 오른 1357원40전에 마감했다. 연고점을 찍었던 지난 4일(1363원50전) 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환율은 6원40전 오른 1356원에 개장한 후 장중 1359원20전까지 치솟았다. 다만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 등이 커지면서 1360원대를 뚫지는 못한 채 장을 마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은데다 중동 사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행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날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여전히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 압력이 여전해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인 원화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전날 3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4.2~4.5%)를 넘어선 수치였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매수 심리가 역내에서 개인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도 원화 약세에 불을 붙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9일 이후 처음으로 지난 17~18일 순매수(총 7273억원)에 나섰다가 19일 시장에서 위험회피심리가 고조되면서 다시 1714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미국과 한국 간 기준금리 역전폭이 사상 최대(상단기준 2%포인트)인 상황에서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하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긴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차 자체가 (환율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경제 이론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차가 벌어지려면 그 중간에 이행 과정이 있어야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속도나 이런 것에 영향을 받을지 모르지만 금리차 자체는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원·엔 환율은 서울외환시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30분 기준 100엔당 906원11전을 기록했다. 전날 같은 시간 기준가(901원75)에서 4원36전 올랐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