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정적 제거" vs "공소사실 어디도 '야당 대표' 없어"
'대장동·위례·성남FC' 두 번째 공판서 공소사실 두고 공방
이재명 "10원도 개발이익 없었다"…검찰 "말 말고 행동 봐야"(종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사건 재판에서 검찰의 주장을 '궤변'이라 비난하며 30분 넘게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기일에 출석해 "검찰의 얘기를 들어보면 제가 징역 50년을 받겠는데 이런 일을 왜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에 대해 "부동산 투기의 불로소득을 상당 부분 환수해야 한다는 건 제 정치적 신념"이라면서 "업자들과 차 한 잔 마신 적도 없고 10원짜리 하나 개발이익을 얻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선의로 행정관청이 가지는 공권력을 활용해서 일부 환수하기로 작정하는 순간 제가 가지고 있는 재량권 또는 정책결정권이 의무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이익을 취하거나 손해를 가할 때 인정되는데 성남시장으로서 가진 정책결정권을 의무로 볼 수 없어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또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를 만들어 환수하려 했으니 민간업자들이 사업 포기해야 하는 단계까지 박박 긁어서 이익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 입장인 듯하다"며 "행정관청이 왜 그래야 하느냐. 제가 공산당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재판부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식으로 공무를 사후적으로 문제 삼으면 공무원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며 "잘 되면 아무것도 아니고 못 되면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는데 왜 하겠나"라고 호소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선 "제가 어떤 이익을 취했을 것이라는 의심으로 수년간을 뒤졌고 지금도 특별수사단을 꾸린다는 등 정말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다"며 "저 산이 숲이냐는 것은 쳐다만 보면 아는데 검찰은 현미경과 DNA 분석기를 들고 숲속에 들어가 땅을 파고 있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변호인도 "검사는 1천822억원만 이익을 거둔 것처럼 주장하지만 1공단 공원화사업비용, 서판교터널 개설비, 1공단 지하주차장 공사비 등을 합산하면 환수된 개발이익은 5천500억원을 상회해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 이익"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검찰의 행태는 현 정권과 하나가 돼 현 대통령과 치열하게 경합한 원내 제1대표인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공소가 부적합한 만큼 공소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3시간 동안 모두진술을 하며 세부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업자의 요구를 단 하나도 들어준 것이 없이 없으며 5천500억원을 환수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며 "이 대표의 말이 아닌 결정과 행동을 봐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 초선 당시 돈을 잘 버는 시장이 되겠다고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시에 자금이 많지 않았다"며 "공약에 2천억∼3천억원을 쓰겠다면 시의회가 반대할 것이 뻔하니 고민하다 찾아낸 것이 대장동으로, 이것이 이 사건의 중요 범죄 동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결국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돼 1공단 공원화라는 치적을 만들기 위해 민간업자와 손잡고 공적 재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결과에 이르렀다는 것이 수사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수사가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수사가 아니냐고 하지만 공소사실 어디에도 국회의원이나 제1야당 대표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과 내달 7·14·17·21일을 다음 기일로 지정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다른 재판부로 격주 금요일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이 당무 등으로 재판 참석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하자 "기본 원칙은 다른 재판이나 당 대표 일정, 국정감사 등으로 출석이 어렵다면 기일 지정에 참고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