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놀이가 현대예술로…정동극장 신작 ‘암덕: 류(流)의 기원’
조선 후기 신나는 풍물놀이와 온갖 재주넘기로 가는 곳마다 군중을 몰고 다녔던 '원조 유랑극단'이 바로 남사당패다. 남성 단원들로만 이뤄진 이 공연단에 여성으로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우두머리를 맡은 바우덕이를 재조명하는 공연이 개막한다.

국립정동극장은 다음달 22~26일 올해 예술단 정기공연으로 '암덕: 류(流)의 기원'을 개막한다고 17일 밝혔다. '암덕'은 여성 최초로 남사당패 꼭두쇠(단체의 대장격)로 활약한 바우덕이의 본명 '김암덕'에서 따온 제목이다. 바우덕이 이야기는 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남사당놀이는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문화유산이다. 주로 남성들로 구성된 남사당패가 전국 농어촌을 돌아다니며 민중을 위해 선보인 일종의 연희 예술이다. 풍물(농악)·버나(대접돌리기)·살판(땅재주)·어름(줄타기)·덧보기(탈놀이)·덜미(꼭두각시놀음) 등 여섯 종목으로 구성됐다.

이번 공연은 남사당패를 조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연 단체로 만들어 낸 바우덕이의 재기와 예술혼을 조명한다. 동시에 여성으로서 꼭두쇠 자리에 오르기까지 견뎌야 했던 고난과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했던 강인함 등을 담은 서사가 진행된다.
남사당놀이가 현대예술로…정동극장 신작 ‘암덕: 류(流)의 기원’
이번 공연은 남사당놀이의 여섯 종목을 춤, 연희, 음악, 현대미술 등을 녹여 무대화했다. 역동적인 인생과 민중의 저항 정신을 자연과 물의 흐름에 비유해 색다른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음악은 이용탁 전라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단장과 서순정 한양대 음대 겸임교수가 공동 작곡에 참여해 만든다. 동서양의 조화를 통해 대중 연희 예술의 아름다움을 현대화한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등을 연출한 민새롬 연출가가 연출을 맡는다.

작품 속 주인공 바우덕이(암덕)를 총 4명의 배우가 나눠서 표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배우 이유주와 서진실 국악 퓨전밴드 AUX 보컬이 각각 어린 암덕과 노래하는 암덕을, 박지나 안성시립바우덕이풍물단 단원이 줄 타는 암덕 역에 캐스팅됐다. 춤추는 암덕은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무용단원 조하늘이 맡았다.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는 "민중의 애환이 깃든 전통 연희는 대중문화의 원류"라며 "이번 공연은 남사당놀이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꿈꾸며 기획했다"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