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또 영남당" 우려 분출에 '혁신기구'로 돌파 시도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2기 체제'를 놓고 당 안팎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내년 총선을 향한 여권 위기론 돌파하겠다며 수도권 의원들을 다수 발탁해 새 진용을 꾸렸지만, 불안은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당 대표·원내대표에 이어 총선 공천 실무를 주도하는 사무총장에 또다시 영남권이 기용된 데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우선 지도부 등 주류에서는 김 대표로서는 최선을 다한 인선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TK(대구·경북) 재선인 이만희 사무총장 인선에 대해 "사무총장을 두고 김 대표가 많이 고민했다"며 "현실적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가능하면 수도권 중심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겠지만,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현재 중진 의원 다수가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한계로 꼽으면서 "현장의 비판을 몰랐던 게 아니고, 고육지책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번 인선을 통해 지도부 내에서 1970년대생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 당직자 교체가 변화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라고 2기 체제를 엄호했다.

"수도권 인물 부재" vs "국민 기대 못미쳐"…與 인선 '여진'
그러나 물밑에선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경고를 더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은 자책골이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인사권자가 아닌 국민 입맛에 맞췄어야 했다"고 김 대표를 직격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는 "선거가 급하고 어려울수록 당이 확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인선 과정에서 그런 직언을 많이 했지만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전날 전임 지도부 인물이 다시 주요 인선안에 오른 적도 있었다며 "김 대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실까지 수도권에 대한 상황 인식을 의심하게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비주류에서는 더 거친 반응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국민들 보기에 '이 사람들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하는 평가"라고 비판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수도권에 사람이 없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고 해서 지형을 더 넓히지 않고 본인의 손바닥 내에서 쓰려고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석으로 남겨뒀던 전략기획부총장 인선도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유력하게 검토했던 충청권 의원 기용이 무산되면서 원점에서 적임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혁신기구 발족 등 쇄신안 마련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내부 체질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수도권 및 중도층을 겨냥한 총선 전략을 발굴하는 전담 기구를 꾸리겠다는 취지다.

아직 위원회, 태스크포스(TF) 등 구체적인 형태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혁신에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 수장을 맡게 될 것"이라며 "당 대표나 사무총장이 혁신 기구를 겸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백지상태에서 새 혁신안을 만들기보다는, 여야 정치권에서 그간 논의한 여러 혁신안 중 공천 쇄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우선 검증한 뒤 이를 추진하는 형태로 활동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