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가는 이미 인재 쟁탈전에 들어갔다. 고학력·전문직 외국인에게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 언어 장벽을 쉬이 넘어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좋은 인재에게는 국경의 장벽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16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다수 국가가 비자 제도를 손질해 해외 인재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수학, 공업기술 등 이공계 분야 인재들이 모국이 아닌 나라의 비자를 받고 이민하는 것이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비자 발급을 심사할 때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관련 박사학위를 보유한 자에게 가점을 준다. ‘우수인력 비자’의 경우 글로벌 상위 대학 졸업자는 기업의 취업 제안이나 고용 계약 없이도 취업 목적으로 취득할 수 있다. 해당하는 대학 기준은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두 곳 이상에서 최근 5년간 50위권 이내를 유지한 대학이다. 독일은 수학, 정보과학, 자연과학, 공업기술 및 의료 분야(의사·간호사) 위주로 이민자를 받는다. 유럽연합(EU)의 블루카드 제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EU 블루카드란 우수한 인력이 완화된 조건으로 비자를 빠르게 발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반도체 인재를 대상으로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한 국가도 있다. 대만은 TSMC를 비롯한 자국 반도체 기업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석·박사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을 앞둔 20대 초·중반도 비자 발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은 올해 2월 법을 개정해 글로벌 상위 100위권 대학의 졸업생이 일본에서 최대 2년간 자유롭게 반도체 등 첨단산업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동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국가도 있다. 캐나다는 이민 제도에 ‘신속입국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경력을 갖춘 이민자를 우선 선발하는 제도다.

산업 현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역 노동력 수요에 따라 직접 이민 지원자를 지명해 입국시키고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