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피해 급증' 가자 인도적 위기 속 "재점령한다면 큰 실수" 경고
지상전엔 명시적 언급 없어…재선 고지서 바이든 외교적 부담도 가중
[이·팔 전쟁] '이스라엘行 만지작' 바이든, 확전 경고 메시지 타전(종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며 이스라엘에 우회적으로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CBS 방송 '60분' 인터뷰에서 지난 7일 하마스 기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교전과 관련, '현시점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점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내 견해로는 하마스와 하마스의 극단적 분파들은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가자를 다시 점령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 의사를 재확인하면서도 미군 병력 파병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앞둔 이스라엘의 공습과 전면 봉쇄가 계속되면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식량, 물, 전력 부족 등으로 인도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그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를 재점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면서 이스라엘을 제지하려는 공개적 첫 중요한 노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CNN 방송은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하는 데 있어 이스라엘에 자제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원조 물자 제공 등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한 미국 관리들의 움직임을 전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이 이스라엘의 지상전에 따른 인도주의적 측면에서의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에 가자 주민들은 물과 의약품, 음식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날 미국 국무부는 레바논, 터키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새터필드 전 대사를 중동 인도주의 문제 담당 특사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그의 임무는 민간인의 안전을 증진하고 취약층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WP는 이 같은 움직임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보냈던 바이든 행정부가 일부 변화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6일 추가 협의를 위해 이스라엘 을 재방문한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2일 이스라엘로 급파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과 만난 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순방에 나서 하마스에 대한 대응과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 완화책을 논의했다.

전쟁이 9일째를 맞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집계된 사망자는 4천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저녁까지 집계된 누적 사망자가 2천670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9천600명이다.

이날까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천5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했으나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오슬로협정 체결로 1994년부터 팔레스타인의 잠정 자치가 시작됐다.

2005년에는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남아 있던 유대인 정착촌을 포기하고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며 무력 저항을 주장하는 하마스가 압승하고 2007년 PLO와 그 최대 분파인 파타당을 몰아내며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마이클 헤르초크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CNN에 "우리는 가자를 점령하거나 재점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2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을 통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팔 전쟁] '이스라엘行 만지작' 바이든, 확전 경고 메시지 타전(종합)
과거 하마스와 수차례 무력 충돌을 빚은 이스라엘은 이 과정에서 지난 2009년과 2014년에도 가자지구로 들어가 지상전을 벌였고, 당시 재점령에 대한 논쟁도 불거졌지만 두 번 모두 가자 지구에 남지 않는 쪽을 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하마스 제거를 목표로 한 이스라엘의 이번 전쟁을 지지한다는 입장은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보복전을 펴는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위한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초점이 이스라엘에 지지를 표현하고 이란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전쟁에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있다고 해설했다.

앞서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은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자국에 초청했다고 전한 바 있다.

연대의 의미를 담은 방문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내년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장을 던진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중동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외교적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 속에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지상전을 강행하고 그에 따른 막대한 인명 피해가 초래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실제 이스라엘 방문길에 오를지, 오를 경우 어떠한 메시지를 타전할지 등은 현재 전황과 이스라엘의 행보 등과 어느 정도 연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