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호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에서 어떠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국내 굴지의 이차전지 대기업들은 각자의 자원 순환 생태계(Closed Loop)를 형성하고자 노력한다. 자원순환 생태계란 원재료(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리튬 등의 광물) 수급,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전구체/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이차전지 배터리 생산, 불량 및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처리공정을 통해 블랙매스 생산, 리사이클링 후처리공정을 통해 블랙매스에서 광물(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리튬 등) 재생산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말한다. 자원순환 생태계가 갖추어지면 비용절감 및 안정적인 원재료 수급을 통한 사업 안정성 등의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각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자원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에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보에는 정치적인 이슈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전기차 내 탑재된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 핵심광물은 40% 이상(2023년 기준)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추출 또는 처리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경우에 한해 미화 3750달러 상당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으로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원자재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과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자체 조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배터리 재활용 원료 의무 사용 비율을 설정하여 2030년부터 이차전지 배터리 제작 시 코발트 12%, 납 85%, 리튬 4%, 니켈 4%를 재활용한 원재료로 사용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에코프로가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 구축을 위해 2028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포스코그룹, SK에코플랜트 등 수천억원을 투자해 각자의 자원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원순환 생태계에서 전처리공정 분야야 말로 당사와 같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상당 수 대기업이 이차전지 생산 및 후처리공정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블랙매스를 직접 생산해내는 전처리공정 분야에 대한 진출은 더딘 편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안전성 리스크’를 그 이유로 꼽았다. 전처리공정은 사용된 배터리를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방전시킨 후 인력을 통해 분리/분해 작업을 하여 용광로 제련 또는 습식제련을 통해 블랙매스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배터리 방전이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분리/분해 작업 중에 화재와 폭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점, 이차전지 생산기술과 후처리공정 기술이 유사한 부분에 의해 대기업은 주로 블랙매스를 원료로 하여 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리튬 등을 추출하는 후처리공정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율호는 전처리공정의 ‘안정성’과 ‘친환경’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기에 다수의 기업과의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회사 관계자는 “율호는 후발주자이지만 양산이 시작된다면 당사만의 명확한 차별점으로 승부할 수 있으며 우리의 양산능력과 제품성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아직 공정 구축 중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에서 전처리 공정 관련 업무협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그 중 일부와는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7월 율호가 지분취득한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아쿠아메탈스는 최근 자원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드래곤플라이에너지와 리튬배터리 재료 소싱, 제조 및 재활용이 이루어지는 순환 생태계를 구축을 계획하며 고순도 수산화리튬을 공급한 바 있다.

지난 10일에는 미국 6K Energy(이하 6K)와 리튬 배터리 제조용 주요광물 순환 공급망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6K는 유니멜트(Unimelt) 플라즈마 공정기술을 활용하여 배터리 및 3D프린터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로 스텔란티스 벤처스가 선정하여 투자하는 10개의 스타트업 중 하나이다.

스텔란티스 벤처스는 지프, 크라이슬러, 푸조, 피아트, 시트로엥, 마세라티 등을 산하에 둔 스텔란티스가 데어 포워드 2030(Dare Foward 2030)전략에 따라 친환경적, 합리적 방법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총 3억유로를 투자하여 설립한 투자기업으로 모빌리티 분야에 적용 가능한 스타트업 파트너를 발굴하여 투자하는 투자회사이다.

아쿠아메탈스와 6K는 미국 테네시주 잭슨 소재의 6K 플러스캠(PlusCAM)에서 폐배터리 및 파트너사의 스크랩재료를 원료로 하여 새로운 저탄소 음극활물질을 생산을 목표로 한다. 또한, 아쿠아메탈스의 아쿠아리파이닝 기술을 활용하여 6K의 유니멜트(Unimelt)에서 발생하는 탄소 및 배터리 폐기물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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