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파, 이슬람 혐오 경계 당부하며 팔레스타인 주민 처우 문제 제기
다수는 이스라엘 지지…백악관 대변인 "이 문제에선 양면이란 게 없다"
[이·팔 전쟁] 분열된 美 민주당, 이스라엘 지지하지만 휴전 촉구도
미국 정부가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에 대항하는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한다고 했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에도 물리력 사용 자제를 촉구하는 등 일부 이견이 감지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민주당 지도부와 다수 의원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분명히 지지하는 가운데 일부 진보 성향 의원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에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분열은 지난 8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드러났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의 별세로 공석이 된 상원 의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애덤 시프, 케이티 포터, 바버라 리 등 3명의 하원의원이 이번 사태를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유대교인 시프 의원은 하마스의 공격을 "이스라엘의 9·11"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의 안보와 권리에 대한 분명한 지원"을 약속했다.

9·11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알카에다가 지난 2001년 9월 11일 납치한 여객기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인근의 국방부 청사를 공격한 사건이다.

포터와 리 의원도 공격을 규탄했지만, 포터 의원은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이슬람 혐오와 민권 침해를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리 의원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휴전을 촉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같은 당 소속인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보스턴에서 열린 친이스라엘 집회에서 폭력 자제를 촉구했다가 군중의 야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유대교 교도인 제이크 오친클로스(매사추세츠) 하원의원이 "이스라엘은 2001년 9월 12일 미국에 자제하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마키 의원과 거리를 두는 발언을 하자 군중이 환호했다.

[이·팔 전쟁] 분열된 美 민주당, 이스라엘 지지하지만 휴전 촉구도
뉴욕시에서는 척 슈머 상원의원과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가 주최한 친팔레스타인 집회를 비난했다.

반면 DSA가 지지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와 저말 보먼 하원의원은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폭력을 종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P는 미국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거의 만장일치로 이스라엘을 지지했지만, 현 이스라엘 정부의 극우 정책과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처우 문제 등으로 최근 더 많은 민주당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하는 공화당과는 다르다.

에런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민주당은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하는 전통적 민주당, 그리고 미국의 정책에 반하는 이스라엘의 정책에 반감을 표현할 뿐 아니라 책임을 추궁하고자 하는 진영으로 나뉘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의 유일한 팔레스타인계인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과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대우를 비판하며 역내 평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 민주당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며 상호 휴전이라는 개념에 비판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의 공격 직후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X'(엑스·옛 트위터)에 휴전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올리는 등 초기에 입장 정리에 혼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스라엘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휴전을 촉구한 의원들을 "불쾌하고 수치스럽다"며 비난하고서 "이 문제에서는 양면이란 게 없다"고 말했다.

[이·팔 전쟁] 분열된 美 민주당, 이스라엘 지지하지만 휴전 촉구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