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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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해운업의 글로벌 동맹 시스템을 허용하는 '경쟁법 포괄적용 제외 규정(CBER)'을 폐지하기로 했다. 전 세계 해운기업들이 동맹을 통해 사실상 과점 체재로 재편된 상황에 제동을 건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지난 수년 간 선사들이 서로의 컨테이너선박을 공유해 선량을 키울 수 있게 해준 CBER 방침은 더 이상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며 "내년 4월 만료 시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운업계가 그간 경쟁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누리면서 선박 공유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높여왔다는 판단에서다. 선주 간 협력 체제는 1986년부터 EU 경쟁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2009년엔 CBER이 정식 도입됐다.

이번에 CBER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향후 해운사 연합은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을 경우 EU 반독점 규정의 적용을 받아 카르텔로 간주될 수 있다. EU 집행위는 이를 해체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결정이 그 자체만으로 해운사들 간의 협력을 끝내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의 선사들이 동맹을 통해 글로벌 해운 시장을 장악한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9대 해운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4개 동맹 체제를 구축해 선복량(공급)을 조절하거나 수익이 저조한 시기에는 물류 비용을 낮추며 대응해왔다. 그러나 해운 고객사(화주)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운임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음에도 항만 인프라 정체 등으로 심각한 수출입 지연 피해를 입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33개 화주들은 EU 집행위에 선복량 부족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CBER 폐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특히 코로나19 당시 온라인 쇼핑 급증, 공급망 병목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린 해운사들이 올해 들어 수익성 둔화를 겪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민감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