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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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금(金)을 추가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던 기존 입장과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30일 최완호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은 한은 블로그에 올린 '금 투자 여건 점검 및 향후 운용 방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최 팀장은 "한은은 향후 외환보유액의 증가 추이를 봐가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국내 외환시장 전개 상황, 국제 금 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면서 금 투자의 시점 및 규모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금과 관련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약 10개월만이다. 당시 외자운용원은 영국 런던에 보관 중인 금의 보관상태를 점검하면서 금의 추가 매입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당시 보고서에는 "일각의 주장처럼 외환보유액중 금보유 확대가 긴요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씌어있다. 매입을 고려하겠다는 표현은 없었고, "현재 시점에서는 금 보유 확대보다는 미 달러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톤이다. 지난 2011년 40톤, 2012년 30톤, 2013년 20톤의 금을 사들인 뒤 10년간 이 규모를 유지해왔다. 한은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산 배분 차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시장 일각에서는 작년 말부터 금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가를 잇달아 경신하자 추가 매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 가격은 지난 19일 트로이온스당 2392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26일 233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대비 26.5%나 가격이 급등했다.

이번 입장 변화와 관련해 한은은 '중장기적인 관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금을 매입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존의 입장과 큰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 팀장도 블로그 글에서 금 투자에 신중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변동성이 높고 유동성은 낮은 점을 들었다. 그는 "과거 금은 주식과 비슷한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지만, 수익률은 대체로 주식에 미치지 못했다"며 "채권, 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높지 않은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유동성이 낮다는 것은 필요한 시점에 즉시 현금화할 때 거래비용, 거래상대 탐색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금을 대규모로 사들여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중국, 러시아, 터키 등의 중앙은행이며, 이들 나라가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짚었다. 최 팀장은 "이들은 대부분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 하거나 전쟁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은 국가들"이라며 "지난해 이후 금 매입 상위 5개국 비중이 87.5%"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금 가격 고평가 우려도 거론했다. 최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하면서 금 가격 급등세가 진정됐고, 투기 목적의 금 선물 매입 포지션이 누적돼 있어 향후 포지션 청산 시 추가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